CULTURE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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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로 돈을 벌고 싶다면 호주로 가라?

한 통계에 따르면 호주의 바리스타 평균 시급은 무려 22달러(미국 달러 기준, 약 23,700원)다! 여기에 팁까지 더하면 한국에서 웬만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한국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바리스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 그만큼 물가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스타벅스의 본고장 미국은 10달러(약 10,800원) 정도로 시급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에스프레소의 발상지 이탈리아도 8유로(원으로 환산 시 11,000원 수준)로 미국과 비슷하다. 다만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팁이 없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후한 팁(시간당 약 2~3달러) 덕분에 실제로 수입은 이탈리아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경력에 따라, 개인카페인지 프랜차이즈인지에 따라서 급여 차이가 크기 때문에 딱 잘라 얼마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러 구직사이트의 데이터를 종합해봤을 때 시급 8,000원 내외, 월급은 주 6일 근무 기준 170만원 내외로 판단된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올해 크게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바리스타의 시급도 많이 높아졌다. 그런데 수치에는 나타나지 않는 바리스타의 고충이 많다. 흔히 말하는 ‘땜빵’ 때문에 스케줄이 꼬이기 일쑤. 게다가 야근, 주말 근무, 추가 근무 등에 대해 적법한 수준의 수당을 제공하지 않는 카페도 많다. 외국의 경우 그런 법률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반면 한국은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관련 법규가 무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떤 사람들이 바리스타가 될까?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바리스타는 20대 초중반 나이의 여성들이다. 근속연수는 대부분 2년 미만. 대부분의 서비스직이 그렇듯 하루 종일 서서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응대해야 하지만 급여는 높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찾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놀라운 것은 에스프레소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커피에 일생을 바친 장인 바리스타도 있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카페를 운영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 중 하나로 여기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렇다면 가장 급여가 센 호주는 어떨까? 전통적으로 호주는 미용사, 목수, 정비공 등 기술직에 대한 처우나 인식이 좋은 편이다.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바리스타들의 말에 따르면 바리스타도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고 한다. 역시 호주로 가는 것이 정답일까?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

급여나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지킬 것만 잘 지켜도 직원들이 자꾸 그만둔다는 리스크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숙련된 바리스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의 트렌드는 ‘퀄리티’를 지향하고 있다. 원두의 향미를 100% 끌어내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 수 있는 바리스타는 카페의 소중한 자산이다. 카페 오너 및 커피 회사들이 이런 전문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바리스타들 역시 스스로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매장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10년 후에는 나만의 컨셉을 가진 카페를 오픈 할거야’ 또는 ‘5년 후에는 WBC 챔피언이 되겠어’ 등의 목표의식이 분명한 바리스타는 생각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동료보다 앞서갈 수 밖에 없다. 당장은 티가 안 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목표 의식의 유무가 큰 차이로 이어질 것이다.

 

시야를 넓히면 기회가 있다

바리스타의 기본은 훌륭한 샷을 추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 시야를 더 넓게 가지자. 커피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그만큼 엄청난 시장이며, 거기에는 또한 엄청난 기회가 있다.

일례로 바리스타의 경력을 살려 강연이나 세미나 등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가 될 수 있다. 대회 수상경력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업적인 감각이나 흥미가 있다면 생두 수입 및 유통에 도전해 보는 것을 어떨까? 매니저까지 경험했다면 카페 창업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가보지 않은 길(Uncharted Paths)’가 존재할 것이다.  

사진 출처: 허핑턴 포스트

커피 업계의 최현석, 이연복이 탄생하기를 바라며

언제부터인가 ‘셰프(Chef)’는 굉장히 고급스럽고 멋진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사실, ‘식당 주방장’에 불과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식당 주방장’에서 ‘셰프’로 격상했다.

바리스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바리스타’가 아니라 ‘카페 점원’이었다. 이제 서서히 커피와 전문 바리스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현석 셰프의 소금 뿌리는 모습을 보며 그랬던 것처럼 시청자들이 스타 바리스타의 반듯한 탬핑 솜씨에 열광하게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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