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화장실이 착하면 카페도 사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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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카페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은 어디인가?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 자리? 아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사무실이나 창고는 더더욱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객’의 입장에서라면 말이다.

어제 나는 가로수길에서 가장 핫하다고 소문난 카페를 찾았다. 넓고 쾌적한 공간, 높은 층고 덕분에 다소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어마어마한 시그니처 메뉴- 주력이 커피는 아니었으므로-에 그야말로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역시 가로수길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인테리어와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쇼케이스, 준수한 용모의 시크한 직원들, 거기다 적절히 톤을 잘 조절한 가구들의 배치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카페였다.

사실 조금 위압감이 들기도 했다. 웅장한 느낌에다, 그만큼의 가격대로도 만만치 않은 장소였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는 순간, 뭐랄까… 환상이 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복층과 테라스까지 감안했을 때, 격층에 마련된 남녀 화장실(1층은 남성용, 2층은 여성용)에 는 단 한 칸 안에 변기와 세면대가 모두 들어 있었다. 변기에서 문까지의 거리가 꽤 있어서, 줄을 선 사람은 문을 밀어보고서야 사용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장을 메우는 음악과 다른 고객들의 소음으로 애초에 노크 소리를 들을 수도, 내부의 거리 때문에 그 노크에 응답할 수도 없는 구조였다. 결국 화장실 앞에 몇 명이 줄을 선 상태로 기다려야만 했는데, 공교롭게도 주통로인 계단 앞에 위치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름 오랜 시간을 민망함과 변의로 보낸 다음 들어선 내부. 생각 없이 올려놓은 핸드폰은 흥건하게 물이 고인 세면대 덕분에 흠뻑 젖었고(방수 모델이기 망정이지), 두루마리 휴지조차 한쪽이 젖은 채 불어있었으며, 고급져 보이는 손세정제는 누가 그랬는지 분리되어 있어서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쪽 면에 비스듬히 세워진, 멋스러운 대형 거울에 옷매무새를 비춰보고 싶었지만, 문밖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부담스러워 후다닥 나와야만 했다.

 

가장 공적인 공간 속 유일한 사적 공간 – 화장실

[화장실은 오롯이 고객 혼자만의 공간이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카페는 아주 공적인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고객들끼리도 대화를 하거나 미팅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인연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혼자만의 소확행을 누리기 위한 공간일지라도, 그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요구할 수는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화장실은 어떤가, 이토록 공적인 공간 속 단 한 곳, 화장실 만큼은 완벽하게 사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카페에서 가장 깨끗해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공간이 바로, 화장실이라는 이야기이다.

어제 내가 그 카페에 머무른 1시간 남짓 동안, 화장실 속에 있었던 순간은 아마 1분이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1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누구의 감시도 없는 완벽히 나만의 공간. 그 속에 있는 만큼은 아주 많은 것들을 생각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심리학적으로도, 누구의 눈길도 미치지 않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사람은 주변을 더욱 자세히 관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의외로 많은 자유를 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해 마음껏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이 카페에서는 바로 화장실에 있는 그 순간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카페의 청결을 가장 자세히, 또한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화장실은 카페에서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바리스타의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카운터 뒷공간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화장실의 인상으로 당신의 카페 전체의 청결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노릇이다.

통계에 의하면 깨끗한 화장실을 경험한 고객일수록 재방문율이 높다고 하니 꼭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이를테면 화장실은 카페의 민낯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샹들리에나 각종 오브제, 높고 빛나는 창문이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꾸밀 수 있는 화려한 화장이라면, 매일 쓸고 닦을 수 있는, 카페 오너와 바리스타의 습관이 고스란히 보여질 화장실은 수수한 민낯이 된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이든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홀이나 테라스 같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곳에서는 조신하게 있던 고객이 화장실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화장실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일,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한 번 고려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아직 카페 인테리어를 고려하는 중이라면

[화장실은 카페 인테리어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도 좋은 공간이 된다]
아직 카페 오픈 전이고, 인테리어의 여지가 남아있다면, 우선 화장실의 공간에 충분한 여유를 주기 바란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적어도, 고객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서로 민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지 않도록 해주면 좋다. 테이블과 너무 근접해 혹시 있을 수 있는 시각적/후각적 테러를 미연에 방지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억지로 화장실이 들어가 있는 모양새라면, 세면대를 바깥에 비치해 변기 공간을 최소화해주면서도 공간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굳이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고 싶다면 더욱 더 세면대를 따로 비치해준다. 남/녀 변기칸을 따로 두고, 세면대를 공유하는 경우에는 혼잡성을 줄이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카페 공간이 여유롭다고 해서 화장실이 너무 넓어지는 것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쾌적한’ 사이즈이면 된다. 어제 내가 들렀던 그 화장실처럼, 너무 넓은 공간이라 안과 밖의 사람이 노크를 주고 받을 수 없는 정도라면, 오히려 더욱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청소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에도 부담이 더해진다.

만약 카페 내 좌석이 30석을 훌쩍 넘는 크기라면, 화장실의 칸 수를 2칸 이상 마련하는 것이 좋다. 잘되는 카페일수록 더욱 그렇다. 모두가 알다시피 변의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가 충족되지 않을 때에 오는 짜증이나 불쾌감은 곧 당신 카페의 이미지로 번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것 같지만, 정말로 화장실은 카페 선택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다.

 

청소는 자주, 철저하게 해야한다.

[시간마다, 중요한 항목을 빠뜨리지 않고 체크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사용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다. 어제 들른 그 화장실이 비록 계단 앞에 위치해 있고, 격층에 한 칸밖에 없는 쓸데없이 큰 공간이었더라도, 화장지가 젖어있지 않았더라면, 세면대가 젖어 있지 않았다면, 세정제의 펌프와 몸통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면- 실망은 좀 덜했을 것이다. 한 시간에 한 번만이라도 화장실을 점검해주면 좋겠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화장실을 생각해보자. 한쪽 면에 체크리스트가 반드시 구비되어 시간마다 담당자가 구체적인 항목들을 체크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화장지는 충분히 구비되어 있는지,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지, 손세정제의 잔량은 충분한지, 세면대나 거울이 얼룩지거나 젖어 있지는 않은지. 특히 바닥이 미끄러울 경우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 카페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매뉴얼을 정리해두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화장실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은 청결은 물론 안전하고 깔끔한 인상, 성실한 카페라는 이미지를 가장 확실히 심어줄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좀 더 신경 쓴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클래식한 샹들리에 아래엔 시크한 스테인레스 수전으로 반전의 묘를 보여준 인테리어, 절로 카메라를 꺼내들게 한다]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 카페는 화장실이 정말 멋져!” 어떤 이는 조명을 두고, 또 다른 이는 화장실 내에 구비된 음향 시설을 두고 이야기한다. 물론 둘 다가 될 수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브런치로 유명한 카페를 방문했을 때, 세면대 한 켠에 구비되어 있던 튜브형 가글제는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그런가하면, 상수역의 작은 카페는 공간의 1/4을 할애한 화장실 안에 미러볼과 빵빵한 스피커가 있어 바깥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아주 특별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냈다. 망원동에서 들렀던,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레트로풍 카페 화장실은 콘크리트 벽돌과 나무 판자 같이 거친 자재로 엉성하게 마무리했음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빈틈 사이로 새어나오게끔 한, 색색깔로 바뀌는 조명과 무심하게 틀어놓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덕분에 좀 더 오래 있고 싶을 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셀카를 찍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신의 화장실의 조명이나 인테리어에 신경 쓸 수도 있다. 여성 고객들이 화장실을 단순히 용변의 용도가 아니라 수정화장을 위한 공간으로도 여기는만큼, 적절한 조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면봉이나 드라이어 같은 용품을 구비하는 것도 하나의 서비스가 된다.

음악에 자신 있는 카페라면, 화장실에서도 좋은 사운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민망한 소리를 감출 수도 있지만, 화장실에 들어옴으로써 카페 안의 분위기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화장실에만 다른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공간 자체의 격을 살짝 올려보는 것도 좋은 반어법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는 청결

[청결하게 관리된 화장실일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크기가 작든 크든, 형광등 조명이든, 미러볼의 사이키 조명이든, 스피커가 존재하든 않든, 면봉이나 가글제가 없더라도 일단 청결하기만 하면 오케이다. 다른 모든 것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다. 어디까지나 여유가 있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제 그 카페에서는 적절한 조도의 조명과 고급져 보이는 대형 거울, 멋진 세면 도기, 대리석 바닥으로 치장된 화장실에 들어갔음에도(음악도 나왔다), 무신경한 환경에 실망했던 것이다.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에 안심해야하는 것은 아닐테다.

무조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하자. 당신의 커피가 아무리 좋은 향을 가진 스페셜티 원두로 이루어졌더라도, 쇼케이스 속 케이크가 어떤 카페보다도 화려하고 맛있다고 해도, 음식인 이상 청결은 놓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당신도 알 것이다. 방향제로 억지로 가린 악취는 누구든 가려낼 수 있다. 방향제로 가리기 이전에, 곰팡이와 악취가 자리할 수 없는 공간을 유지하자. 손바닥만하면 그럴수록 더 말이다.

당신의 작은 노력과 관심이 매의 눈을 가진 고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커피 맛도 아니고, 화장실 때문에 저평가 받는 것은 바리스타로서도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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