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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업계의 큰 별이 지다- 라마르조코 명예회장 피에로 밤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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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리는 커피 업계의 큰 별을 잃었다. 혹자는 아이콘이라고도 말한다. 그의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오늘도 쉴새없이 일하며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사람, 피에로 밤비Piero Bambi가 지난 3월 22일,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라마르조코 패밀리와 그의 부인 지오반나Giovanna는 3월 23일을 애도일로 지정했다.

아직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PB는 어떤가? 라마르조코의 리네아 PB는 바로 그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GB5는 그가 아내 지오반나 밤비Giovanna Bambi를 위해 헌사한 머신이다. 그의 생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커피와 라마르조코로 채워져 있었다. 그의 아버지 쥬세뻬 밤비Giuseppe Bambi와  그 형제 Bruno Bambi는 그가 태어나기 불과 몇 년 전, 피렌체에 라마르조코를 설립했다. 그의 아버지와 삼촌의 발치에서 부품들을 연마하던 6살 소년 시절부터 불과 몇 주 전의 명예회장직까지, 피에로는 삶의 거의 마지막 날까지 공장에서 대부분의 나날들을 보냈다. 라마르조코의 역사는 피에로 밤비의 삶 전체에 걸쳐 있고, 커피와 아름다운 기계학, 장인정신,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그의 열정에 의해 이어져 왔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에로 밤비는 나의 친구였고, 영감이었으며 멘토이자 파트너 그리고 선생님이 되어주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카페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삶과 문화에서도 그러했죠.” 라마르조코의 회장인 켄트 바케Kent Bakke의 소회다.

“에스프레소 커피 세계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그의 헌신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감사 받을 것입니다. 그는 그리움의 대상으로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피에로. 당신의 정신이 준 선물과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남겨준 당신의 유산 모두에 대해서 말입니다.”

라마르조코 공장에서, 피에로 밤비Piero Bambi. Photo courtesy of La Marzocco.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형태와 기능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머신을 만드는 라마르조코의 유산은 밤비 가문의 피 속에 녹아 있었다. 피에로의 할아버지 에토레Ettore는 철강노동자였고, 피에로의 아버지인 쥬세뻬Giuseppe는 비슷한 흥미를 가지고 산업 기술자가 되고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최고 인기 직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독립정신, 강함 그리고 선천적인 ‘혁신’의 의지는 회사를 뛰쳐나와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했죠.” 피에로는 자사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와 같이 회고 했다.  피에로가 라마르조코에 합류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하지만 창업자의 아들이라는 것이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전 세계 커피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였을까? 그는 그 자신으로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낸 사람이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그의 사랑과 기술적인 전문성은 그가 아버지로부터 이어 받은 것이었고, 그로 하여금 최고의 커피 한 잔을 위한 눈부신 기술적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했다.

1939년 세계 최초로 수평형 보일러와 반자동 그룹을 접목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든 라마르조코와 피에로는 경계를 허물고 규칙을 새로 써왔다. 1970년, 그는 바리스타들이 지속적인 추출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듀얼보일러의 개념을 처음으로 구상했고, 그것은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지속적인 브루잉의 대단한 이점은 바로 물이 배관으로부터 분쇄 커피에 곧바로 떨어진다는 점이죠. 부가적인 온도에서 열의 균형을 잘 잡아주는 이러한 과정은 머신이 가장 많이 사용될 때 열의 축적을 방지해줍니다. 과거에는 바리스타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잔의 에스프레소를 준비해야 할 때, 머신이 꽤 빠르게 과열되곤 했죠.”

에스프레소 머신이 작동하는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작동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과 본능적인 이해로, 피에로는 최근에 생산된 거의 모든 라마르조코 머신들의 콘셉트 구상, 디자인 그리고 기술에 대하여 참여했다. 리네아 클래식은 피에로가 디자인을 리드한 첫 번째 머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회사의 가장 인기있고 사랑 받은 머신이 되었다.

이 거의 완벽한 머신에 보다 기대를 더한 머신은 2013년에 출시되었는데, 바로 피에로의 명예가 담긴 리네아 PB이다.  전 세계에 라마르조코와 에스프레소 문화를 널리 알린 리네아 클래식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최고의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라마르조코의 우수함을 굳건히 한 머신의 이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피에로 밤비의 이름을 따 그의 헌신을 기념했다.

이탈리아의 전통과 독창성에 얽매이는 대신, 피에로는 에스프레소 커피, 그가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음료에 관한 새로운 콘셉트에 대해 어떠한 문화에든 개방적이었다.  직관적이고도 관대하게, 그는 그의 “숙련된 작업자”인 그의 장인들은 물론  글로벌 커뮤니티와 깊은 유대를 창조함으로써 문화적 가치와 세대적 다양성을 포용한 사람이었다. 1994년 회사의 경영권을 내놓은 후에도, 그는 명예 회장으로서 특유의 견고함과 헌신을 갖고 모든 프로젝트와 회사의 일상에로의 매일의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피에로는 에스프레소 머신 기술에 대한 그의 특출난 기여만으로 사랑받은 것이 아니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은 수많은 커피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 덕분에 라마르조코는 바리스타들이 단순한 서비스 노동자가 아닌, 한 명 한 명의 프로페셔널 직업인으로써 가치를 가질 수 있게 한 최고의 회사들 중 하나가 되었다.  패셔너블함의 상징이기 이전에, 라마르조코는 커피 장비가 어떻게 진보되어야 할지에 대하여 바리스타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싶어했다. 오늘날 많은 유명 바리스타들이 커피 장비 회사에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15년 전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피에로와 라마르조코는 예외였다. “머신을 팔 때 바리스타들과 직접 만나는 것은 그들이 직접 제공하는 제안과 조언, 그리고 비판에 초점을 두어 그들의 열정을 고무시켜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피에로는 이렇게 설명했다.

Barista Magazine의 공동창립자이자 수석에디터인 Sarah Allen은 최근 바리스타 매거진에 기고한 에서 피에로 밤비를 추모하며, 수년 전 그와 함께 했던 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했다.

Photo by Sarah Allen

“2011년 내가 라마르조코 공장에 처음 방문했던 날, 피에로는 나와 내 친구들을 위해 직접 에스프레소를 내려주겠다고 했다. 이 사진에서는  피에로가 바리스타 앞치마를 입기 전에 한 직원이 몇 가지 서류에 싸인을 부탁하고 있다.  피에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공장으로 출근해 명예회장으로서의 업무를 그의 마지막 역량으로서 수행했다. … 나는 빈티지 라마르조코 머신들로 구성된 인상깊은 쇼룸부터 R&D부서까지 공장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피에로 옆에서 하는 투어는 완전히 색달랐다. 모든 기계들은 이야기를, 그리고 모든 사람과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피에로와 그의 아내 지오반나는 평생 자녀를 두지 않았다. 그것이 어쩌면, 그가 라마르조코의 직원들을 자식처럼 대했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의 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은 사람들은 그들 인생의 대부분을 라마르조코에서 일해왔는데,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그토록 가족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그 이유로 꼽는다.

피에로Piero와 지오반나Giovanna의 결혼식. 그들은 평생 자녀를 두지 않았지만 서로와 라마르조코의 임직원들을 가족처럼 아꼈다. Photo courtesy of La Marzocco.
1987년 피에로의 아버지가 타계한 후, 피에로의 세상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1년 뒤 그 역시 심장 마비를 겪은 것이다. 주치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짊어진 책임감으로 인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아버지가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을 비추어볼 때, 라마르조코를 계속 영속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건강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요. 그래서 켄트 바케Kent Bakke와 회사를 파는 방법, 미래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보는 작업에 착수했죠. 나는 회사 자체의 생명이나, 직원들의 미래, 회사 건물 자체의 영속과 브랜드 등등에 앞선 경제적 이익에는 관심이 그다지 없었어요. 1994년, 우리는 합의에 이르렀고, 회사의 주요한 부분들은 켄트에게 넘겼죠.”

그 후로도, 켄트와 피에로는 멋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가족으로서 함께 라마르조코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스타벅스와 함께 전 세계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에스프레소를 널리 알린 한편, 초창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처음으로 스폰서하며 바리스타의 영역 확장에 함께 했다.

리네아PB처럼, 켄트 바케의 이름을 딴 머신도 등장했다. 바로 지난 해 출시된 KB90. 세계 최초로 스트레이트-인 포터필터를 장착해 바리스타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역시 피에로가 그토록 강조했던, 바리스타와의 관계, 최고의 머신을 위한 혁신과 장인정신의 결과이다.

현재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의 영향을 우려하여, 라마르조코는 피에로 밤비의 장례식을 거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오반나와 라마르조코의 가족들은 피에로를 기리는 기회를 가지기로 계획하고 있다.피에로의 타계에도 불구하고, 라마르조코는 여전히 최고급 에스프레소 장비 회사이자, 가족적인 분위기로 남아있다. 피에로는 그러한 회사를 만들었다.  사라 앨런은 자신의 말미에 이렇게 남겼다. “2013년 가을, 우리가 건물을 함께 거닐 때,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피에로가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의 웃음은 어마어마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이 회사는 정신적으로, 많은 위대한 사람들의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죠, 바리스타들에게는요, 최고로 중요한 것이죠.”

라마르조코의 CEO인 Guido Bernardinelli는 다음과 같이 추모사를 남겼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피에로에게 이별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멘토이자,  삶에 대한 열렬한 헌신과 열정의 궁극적인 예시인 분에게, 내 조국의 시인 Piero Chiara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Even the great deeds of great men come to an end, an end inscribed within their own vital spirit, and long prepared, even when it seems sudden. 위대한 이들의 위대한 업적도 종말을 고하네, 그 종말은 그 생생한 정신 속에 새겨졌네, 갑작스러워 보일지라도 오랫동안 준비되어 있었네.”

You can learn a technique, but you develop passion only through dedication, love, pride and respect for your work. – Piero Bam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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