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손님이 머무르는 카페는 BGM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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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맛있는 커피와 좋은 머신- 분명히 모든 것을 갖춘 것 같은데 손님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당장 플레이리스트를 체크해볼 때다. 바리스타는 좋은 DJ이기도 해야 한다.

 

무의식의 경험
[전세계 어딜가나 스타벅스에서는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스타벅스 본사는 주기적으로 전세계 매장에 공통된 음원을 배포한다. 주로 클래식, 올드팝, 재즈, 캐롤 같은 시즌 음악이 담겨 있다. 어느 곳을 가든, 고객은 일관된 경험을 하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커피 향과 익숙한 초록색 로고, 낯익은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늘 마시던 메뉴를 들이키노라면 몸을 감싸는 것- 바로 음악이다. 이것으로도, 낯선 나라에서도 큰 모험을 감수하지 않고 향수를 달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BGM의 역할을 생각해보라. 숨막히는 추격전,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그 순간, 잔뜩 날 선 BGM은 당신의 오감을 그 순간에 집중하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카페에 흐르는 BGM은 우리가 그것을 귀담아 듣건 신경 쓰지 않건 무의식적으로 이 공간을 경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노동요와 BGM은 다르다.
[고객들은 당신의 카페를 어떻게 소비하는가?]
당신에게 카페는 일터다. 물론 당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일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BGM- 당신에겐 노동요-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공간은 당신만의 공간이 아닌 것을 명심하자.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이 공간을 오롯이 편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바로 BGM이다.

다시 한 번, 스타벅스를 떠올려보자. 매달 새로운 음원들로 리스트는 바뀌지만, 절대 규칙이 있다. 대중가요, POP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올드팝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사가 도드라지는 경우는 없다. 바로 고객들 때문이다.

오늘날의 카페 손님들은 카페를 공부나 업무의 공간으로 소비하곤 한다. 집중력을 요하는 경우 목소리가 섞인 음악은 그들에게는 방해 요소일 뿐이다. 이렇듯 당신은 고객이 당신의 카페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하여서도 고민해야만 한다.

 

음악 고르는 게 너무 까다롭다면

유튜브나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에서도 ‘카페 BGM’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이제 카페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백반집과 카페, 휴대폰 매장, 백화점을 차례로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에 걸맞는 BGM들을 매칭해보자.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매장에서는 빠르고 강한 템포의 EDM을 틀어놓는다. 고객은 본인도 모르게 그 템포에 맞춰 걸음을 내딛는다. 패션쇼를 떠올려도 좋다. BGM만으로, 이 매장은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런웨이가 된다. 리듬은 고객의 행동을 통제하는 동시에, 결정을 재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옷은 멋지고, 예뻐. 사. 사. 사. 사. 빠른 템포의 음악은 당신의 카페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객들의 패션이나 연령이 매우 일관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보통, 업무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백반집은 어떤가. 이런 곳에서는 주로 TV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 들어선 백반집에서는 일일드라마가 흘러나온다. 순대국을 퍼먹는 순간에도 귓가에는 어느 시월드의 흔한 고부갈등 혹은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안타까운 커플의 대화가 들어온다. ‘집밥’의 사운드적 경험이 재현되는 순간이다.

[이 카페에선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
당신의 카페는 어떤 공간인가? 힙한 지역의, 트랜디한 공간을 원한다면 인디밴드의 잔잔한 음악을 걸 수도 있다. 카페를 앤틱하고 클래식한 소품들로 디자인했다면 모던한 클래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샬 스피커로 라라랜드 풍의 OST를 걸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OST는 사실 아주 좋은 대안이 된다. 애초에 BGM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이 열광했던 영화의 OST는 당신의 카페를 고객들로 하여금 그 영화의 배경으로 만끽하는 경험을 줄 수도 있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고, 손님이 머물기보다는 여러 곳 가운데 눈에 띄게 만들고 싶다면 휴대폰 매장 전략을 추천한다. 바로 최신 가요를 외부 스피커로 빵빵하게 트는 것이다. 당장 목이 마른 사람들은 커다란 음악소리로 당신의 카페를 알아보고, 최신 가요에 몸을 맡긴 채 테이크아웃잔을 기다릴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진짜 아메리카노는 죽여주게 잘 뽑을 것 같다]
안전한 방법을 원한다면 음원 사이트의 추천 ‘카페 BGM’리스트를 그대로 틀어도 좋다. 물론 매장의 분위기와 당신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는 음악이 좋아.”를 원한다면 이제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 당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고객이 방금 나온 음악에 대해 물어온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당신이 그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완성된다.

 

볼륨을 높여라

어떤 음악을 틀 것인지 결정되었다면 이제, 볼륨을 높일 차례다. 너무 작은 소리는 카페를 지루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너무 자잘한 무늬라서 단색으로 보이는 옷 같다. 반면 너무 큰 소리는 머무르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고 대화를 방해한다. 소음 공해는 층간 소음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테이블 간격 역시 볼륨 조절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가장 좋은 것은 일행의 목소리는 들리되,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애매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쉽다. 펍과 클럽을 생각해보자. 두 군데 모두 음악소리는 크지만, 클럽은 음악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대화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펍은 카페보다 소리가 큰 것일까? 술이 들어가면, 사람은 자신이 지각하는 것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엿듣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상대가 내 목소리를 잘 듣기를 바란다. 그것이 대화의 기본이다. 카페는 대화를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니까. 마찬가지로, 공부나 업무에 집중한 사람들에게 옆자리의 대화는 방해요소가 된다. 내 테이블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으면서 주변 테이블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장치, 그래서 카페 음악의 볼륨은 바리스타의 배려의 크기이기도 하다.

 

오감으로 느끼는 커피의 경험
[오늘 이들이 경험한 카페는 어떤 기억일까?]
당신의 카페는 언제나 당신만의 개성을 오롯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감의 만족을 주고 싶다면, 오늘 당신의 커피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을 골라보자. 어떤 음악에서 이 커피의 맛을 최상으로 느낄 수 있을지 상상해 디자인해보는 것이다. 카페의 인테리어와 아메리카노의 완벽한 크레마가 눈을 사로잡고 풍부하고 신선한 아로마가 코를 자극하며 산미의 발란스는 혀를 즐겁게 한다. 공간의 적절한 온도는 고객을 아주 편안한 안식처로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BGM을 통해 고객의 뇌리에 오늘의 경험은 하나의 기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고객이 머무르는 카페는 좋은 기억을 주는 카페이다. 커피가 맛있기만 하다면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다. 머무른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공간을 편하게 느낀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가고 싶은 카페, 아끼는 사람과 함께 찾고 싶은 카페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의 설계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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