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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신의 골목 카페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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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맛있쥬?’를 연발하던 백종원 씨가 골목의 영세한 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여간 낯설지 않았다. 그를 정말 화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놀란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프로그램에 몰입했다.

엉터리 조리법, 경악을 자아내는 청결 상태, 허세로 충만한 마인드 등등 호통을 들을만한 각종 이유가 쏟아져 나왔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정성이 담긴 맛있는 한끼를 기대하며 찾는 골목 식당의 현주소가 그러하다니…. 안타까움과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골목 식당만 저럴까? 골목 카페는?

팩트 체크: 한국 카페 사업의 현주소

우선 우리나라 카페 비즈니스의 현황에 대한 간단한 팩트 체크를 해보자. 그리고 나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겠다.

소상공인진흥공단 통계자료(2017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카페 점포 수는 9만1,818개에 달한다. 2014년 12월로 시계를 돌려보면 카페 수는 5만6,000여 개에 불과했다. 2년 4개월만에 무려 3만 5,000여 개가 증가한 것이다.

장기화된 취업난에 자영업자가 증가했고, 그들 중 카페 창업을 택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음악과 은은한 커피 향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내리는 장면을 꿈꿨던 예비창업주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카페로 살아남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전국 카페 월평균 매출액은 1,370만원으로 전체 음식점 평균(2,124만원)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카페의 41.1%는 2년 미만 업체로 ‘카페 운영’이라는 꿈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짧은지 짐작할 수 있다.

 

왜 문을 닫는 것일까?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얘기 중 하나가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나 할까?’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단어는 ‘카페나’로, 카페 운영이 회사생활보다 무조건 쉬울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가 잘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얼마 전 동네에 한 카페가 새로 오픈했다. 어떤 원두를 사용해 어떤 커피를 만들지, 또 어떤 컨셉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 주말 오후에 굳이 시간을 내서 들렀다.

 

안타까운 동네 카페의 실상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 순간 일관된 콘셉트가 없는 중구난방 인테리어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인 만큼 희망을 품고 바(Bar)앞에 섰다. 그런데 원두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사실 여기서 큰 기대는 접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을 보았을 때 나의 실낱 같은 기대는 실망, 아니 절망으로 바뀌었다. 처음 혀끝에 느껴지는 구수한 맛은 곧 오만상을 쓰게 만드는 탄맛으로 변했고, 코의 점막을 찌르는 퀴퀴한 향은 마치 ‘머신 청소는 아몰랑~’이라고 외치는 듯 했다. 이 끔찍한 맛의 원인을 유추해 보았다. 첫째, 싸구려 원두. 둘째, 잘못된 추출. 셋째, 청소 부족. 넷째, 이 세 가지의 조합.

불행 중 다행으로 사장님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친절하셨다. 이대로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사장님께 물었다, “혹시 원두 뭐 쓰세요? 커피 맛이 조금 많이 쓴 것 같은데…” 이에 돌아온 답이 가관이었다. “우리 좋은 원두 써요. 한 봉에 4만원이나 해요. 차에다 뒀더니 구수한 향이 쫙 퍼지면서… 방향제가 필요 없더라니까요.”

원두와 방향제라…. 거기서 대화를 끝낼까 하다가 용기를 내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머신 청소는 자주 하세요? 약간 퀴퀴한 향이 나는 것 같아서요.” 그러자 사장님은 “그래요? 나 1주일에 한 번은 멍텅구리 (블라인드 바스켓) 끼워서 꼭 하는데”라고 답했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같이 시켰던 치즈 케익만 먹고 조용히 가게를 빠져 나왔다. (치즈케이크는 그래도 먹을 만 했는데, 케익은 다른 데서 납품을 받는다고 한다.)

 

살아남고 싶다면, 기본에 충실하자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카페를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 상 그럴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모르는 것,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아서 무언가를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냥 SNS에 예쁜 사진이나 올리면서 홍보하는 것이 그나마 제일 편해 보인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홍보에 공을 들이기 전에 기본기부터 다지자.

카페뿐만 아니라 모든 요식업에서는 ‘청결이 1순위’다. 에스프레소 머신 및 그라인더 청소 방법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정확히 숙지해 실행하자!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축적된 잔여물, 커피 기름 성분 때문에 퀴퀴한 향이 날 것이다. 아무리 비싼 머신, 좋은 원두를 쓰더라도 마찬가지다.

다음부터는 장기전이다. 기본적인 머신 사용법 및 그라인더 세팅법부터 다양한 추출 레시피, 원두 특성까지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맛에 대한 주관을 키우는 것이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씨도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손님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행하는 맛, 유행하는 원두를 좇다 보면 내 카페의 정체성은 사라진다.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자신감 있게 내놓으면, 분명 그 맛을 좋아하는 단골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일관성’이다. ‘지난 주에 왔을 때는 맛있었는데 오늘은 별로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홍보는 어떻게?

기본기를 확실히 다졌다면 홍보를 할 차례다. 흔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마케팅을 생각하겠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SNS계정으로는 단기간에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홍보 대행업체를 쓰자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고, 그만한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보기 좋은 곳에 예쁜 배너를 설치하고, 전단지나 할인쿠폰을 나눠주는 등의 고전적인 방법이 동네 카페에는 더 적합하다. 결국, 동네 장사는 결국 사람 장사다. 합리적인 가격과 맛,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질 것이다.

준비된, 노력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카페 오픈을 힘든 회사 생활 또는 취업 준비의 도피처로 삼아서는 안된다. 골목 하나를 두고도 스타벅스, 이디야, 커피빈 기타 등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한 상황에서 개인 카페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슷한 돈을 주고 넓은 공간에서 검증된 맛의 음료를 마시지 않고 굳이 내 가게를 찾을 이유가 무엇일지, 나만의 경쟁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오히려 <골목 식당>에서 백종원 씨의 호통을 듣던 점주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냉정하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아닌가? 주변에 그런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다면, 열린 마음으로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자. 그리고 타협없이 기본을 지켜나간다면 몇 안되는 생존자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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