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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파는 소형 카페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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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제3의 커피 물결이다 뭐다 커피의 퀄리티를 논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며 염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카페 산업의 현실이다.

 

문정동에 가면 놀라게 되는 2가지

최신식 고층 빌딩이 균형 있게 늘어서 있는 문정동 법조 단지. 이곳에 가면 (특히, 커피인이라면) 두 가지에 놀랄 수밖에 없다. 첫째, 말도 안 되게 많은 카페. 둘째, 더 말도 안 되는 커피 가격. 골목골목 구석구석에 카페가 없는 곳이 없다. 스타벅스, 이디야 같은 프랜차이즈부터 영세한 테이크아웃 전문 개인 카페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커피 전문점 3개가 나란히 있다. 옆 가게 마저 커피를 같이 파는 베이커리다.

스타벅스는 역시 언제 가도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최근에는 리저브 매장까지 생겼다. 문정역 인근에만 2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것이다. (장지역 쪽으로 좀 걸어가다 보면 대형 스타벅스 매장이 2개 더 있다.) 평일 주말,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빈 테이블은 많지 않아 보인다. 커피빈과 이디야는 그것만은 못하지만 브랜드파워 덕분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한 듯하다.

사실, 새빨간 레드오션에서 목숨을 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모두 테이크아웃 위주의 개인 카페다. (덜 알려진 프랜차이즈도 있으나 굳이 분류하자면 개인 카페에 더 가깝다) 주로 대형 오피스 빌딩 1층에 위치한 개인 카페들은 하나같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00원’이 적힌 배너를 세워 두었다. 심지어 900원을 내세우는 집도 있다.

빈투컵(Bean-to-cup), 커피 열매가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과정에 대해 안다면 과연 900원이 가능한 가격인가 싶다. 어디 그것뿐이던가? 비싼 임대료, 인건비, 감가상각 등 각종 비용들이 다 반영된 가격이 1,000원도 안 된다고? 가치 사슬 어딘가에 막대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가격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문정역 인근은 어마어마한 오피스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역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과 서울동부지방법원을 차치하고도 IT 및 제약회사, 법무∙회계 법인들이 주변 초대형 건물에 입주해 있다. 여기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1,000원짜리 커피 한 잔씩 만 팔아도 떼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생각이 든다.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만한 아이디어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현재 법조 단지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V프렌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법조 단지가 완전히 조성되기 전인) 초창기만 해도 카페가 많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알바생 3명을 써도 고객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알바생을 1명으로 줄였어요. 저랑 둘이서 해도 여유가 있으니까요.”

더 이상 이런 광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A씨의 카페 옆에는 바로 다른 프랜차이즈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있고, 그 바로 옆으로도 개인 카페가 있다. 맞은편으로도 카페가 2~3개가 더 있다. 세상에 경쟁 없는 비즈니스가 있겠느냐마는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A씨는 “초창기에 장사가 잘되는 걸 보고 너도나도 카페를 하겠다고 들어왔어요. 이미 여러 곳이 망해서 나갔지만, 그만큼 또 금방 생겨나죠. (중략) 요즘은 차라리 ‘잘 될 때 권리금 받고 넘겨 버렸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법

나의 분석이 맞다면, 문정법조단지의 소형 카페 중 상당수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목돈을 투자해 시작한 사업을 쉽게 접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버티다 보면 단골도 늘고, 경쟁업체도 줄 거로 생각하는 편이 심적으로 낫다. 하지만 때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좋은 날을 기다리다 손실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판단의 기준을 찾을 때는 단순한 그달의 매출이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6개월 ~ 1년간의 트렌드를 살펴보도록 하자. 예컨대 이번 달 순이익이 200만원에 그쳤다고 무조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순이익 그래프가 전반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속된말로 ‘존버’를 해볼 만하다. 어느 시점에서 매출이 크게 올랐는지,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는 250만원, 300만원을 목표로 개선해 나가자.

반대로, 오픈 때보다 오히려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잘 파악하고, 그 문제점이 내가 손쓸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면(예컨대, 인근 카페 수의 폭발적인 증가), 과감한 결단을 고민해 볼 때다.

 

레드 오션에서 틈새 비집고 들어가기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뻔하지만 ‘차별화’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이지만… 나 홀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가격이나 퀄리티로 차별화하기는 힘들다. 경쟁 상대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장점도 있다. 운영경비가 적게 들고,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서민 갑부가 되려고 소형 카페를 시작한 것은 아닐 테니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예컨대 매출 500만원을 목표로 한다면 하루 평균 16~17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기준 160~170잔이다.

점심 시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점심시간 1시간 만에 아메리카노를 80잔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말을 감안하면 100잔 이상을 팔아야 한다) 2그룹 머신으로 쉴새 없이 샷을 뽑아 대면 산술적으로 가능한 수치이긴 한데, 앞서 말했듯이 이미 시장이 포화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단가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100잔을 파는 것보다는 5,000원짜리 음료를 20잔 파는 편이 여러모로 더 현실성 있다. 물론 가격만 비싸다고 누가 사줄 리는 만무하다. 5,000원이 아깝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별화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뱃살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허리가 잘록해지는 디톡스 주스’ 또는 과도한 업무로 떨어진 당을 충전시켜 줄 ‘슈퍼 스위트 달달 라테’ 등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시도해볼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넘친다. 인근 유동인구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 만한 음료나 메뉴를 개발해서 ‘답 없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자.

 

무거운 마음으로……

지금도 치열한 경쟁 속에 카페를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는 점주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무겁다. 인생이 정말이지 끝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글도 참고할 만한 자료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카페나 한번 해보지 뭐’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카페 사업에 뛰어들려는 예비 창업자들은 이 글을 읽고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다시 한번 가져볼 것을 간곡히 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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