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그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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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바리

지금 카페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려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종이 빨대, 유리 빨대, 금속 빨대, 대나무 빨대 등 다양한 대체품이 등장했고, 실제로 이를 도입한 카페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스타벅스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완전히 금지하고, 종이 빨대를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잘 알겠지만, 스타벅스가 하면 모두 따라 한다. 경쟁 커피 브랜드는 물론 소규모 개인 카페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지구에 얼마나 유해한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구글 검색에서 ‘플라스틱 바다(Plastic ocean)’를 한번 검색해 보자.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뭉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해양 동물들. 평생 몸통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고 고통받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면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해 온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 참고 영상: 플라스틱 빨대 금지 운동을 촉발시킨 ‘코에 빨대가 낀 거북이’ 영상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당연히 100명 중 100명 모두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찬성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플라스틱 퇴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설문조사를 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라고 답하는 사람도 10%는 있다고 하니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반대의 목소리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우리는 반대합니다

샌프란시스코 Mission District에 사는 Alice Wong씨는 신경근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일회용 빨대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고 말한다.

아주 잠깐만 그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이렇다. 고소한 라테 한 잔이 생각나는 오후.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녀에게는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다. 단골 카페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새로운 카페를 갈 때면 자동문이 있는지, 문턱과 카운터가 높지 않은지부터 걱정된다.

힘들게 음료를 주문하고 난 후에  두 가지를 추가로 요구한다. 바로,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다. 휠체어를 타고 고르지 않은 바닥을 지날 때 음료가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해 뚜껑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빨대는 왜? Alice처럼 신경 근육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컵을 들어서 입까지 가져다 댈 팔 힘이 없다. 음료를 마시려면 빨대는 필수다.

 

대체 빨대를 쓰면 안 되냐고?

금속 빨대는 무겁고, 열전도율이 높아 화상의 위험이 있다. 자연분해 빨대나 종이 빨대는 뜨거운 음료에 녹아 버린다.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 또는 실리콘 빨대를 가지고 다니는 방법이 있겠지만, 신체적인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요구하기는 너무나 수고스럽다.

Alice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장애인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전혀 공평하고, 정의롭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녀는 세상은 결코 장애인들에게 우호적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비장애인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하는 일상적인 일 하나하나가 장애인들에게는 도전이고, 어려움이다.

Alice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는 공익광고에서만 존재한다. 현실에서 그녀가 마주하는 것은 대부분 무관심이나 연민 또는 차가운 거절이다.

그런 그들에게서 커피를 마실 도구까지 앗아가 버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 아닐까? 환경을 위해 장애인들의 마실 권리는 희생당해도 마땅한 것일까?

 

약자를 위한 작은 배려

이 문제가 심각한 윤리적 논쟁으로 확대될 필요는 없다. Alice는 카페에서 친환경 빨대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기본으로 비치해 둘 것을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가 “일회용 빨대 필요하세요?”라고 굳이 물어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특별한 것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물론, 완벽한 방안은 아닐 수 있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소수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인지하고, 그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이다. 그 마음만 있다면, 스타벅스의 음료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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