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현지 리포트: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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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늦은 저녁 호치민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것은 LA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이공으로도 알려진 850만 인구의 호치민 시는 수마일에 걸쳐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필자는 십 년째 미국과 베트남을 왕복하고 있지만, 밤 11시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과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로 뒤덮인 거리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늘 즐겁다.

언제나처럼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치민 중심가의 단골 호텔로 갈 때면 익숙한, 생기 넘치는 밤거리가 보인다. 해산물 가판대, 로컬 맥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스프와 쌀죽 등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노트르담성당(Notre Dame Cathedral) 근처에서 판지를 깔아놓고 커피,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노는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굽이 굽이 펼쳐져 있는 호치민 시의 전경 (Barista Magazine)

필자는 거의 항상 커피와 관련된 이유로 베트남에 온다. 시내를 돌아다닐 때 카페라는 단어가 새겨진 수백 개의 간판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베트남 커피에 대한 지식과 무관하게 이 좁은 거리에 이렇게나 많은 카페가 존재한 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의 최근 관심사는 베트남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상황과 카페 문화이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이 자국 고지대에서 재배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걸 보면 어떨 지도 궁금했다. 분명 베트남에서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태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만나온 열성적인 소비자, 바리스타, 로스터 및 재배업자들에게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로 느껴질 것 같다. 2016년 12월 방문은 연구보다는 사교적 성격이 강했다. 베트남의 스페셜티 커피 부문의 많은 리더들을 만났고, 베트남의 커피 문화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두 가지 업계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커피 원산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아니다. 해외 카페의 핸드드립 메뉴에서 자주 보이는 원산지도 아니다. 원인은 다양하다. 좋은 부분도, 나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난 수년 간 중남부 고지대를 수차례 방문했다. 연구를 위해 베트남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고, 이제는 베트남의 커피 잠재력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Bouon Ma Thuot에 가보지 못했다면,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0% 이상이 물에 녹여 먹는 인스턴트커피의 원료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다. 인구 100만의 Buon Ma Thout는 의심할 여지없는 베트남의 커피 수도이며,  베트남산 로부스타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Ak Lak 지방의 저지대 (해발고도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Buon Ma Thuot가 커피 수도인 이유가 있다. 이 도시는 베트남 커피 붐의 중심이다. 골목골목 마다 커피 쇼룸이 있고, 약 2,700만 봉지의 커피가 여기서 생산된다. 베트남 커피 페스티벌의 개최지이며, 매일 100만 명이 인스턴트커피를 즐기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웃한 Lam Dong 지역의 아라비카 재배업자들과 무관하지 않다. 베트남의 스페셜티 커피의 퀄리티를 향상시키는 것과 생산량 중심의 로부스타 재배업자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은 상호베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대화는 Dalat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커피 허니문

Dalat은 인구 20만의 도시로 중남부 고지대 (해발고도 1,500미터) Lam Dong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국내적으로 ‘베트남의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늘어서 있는 꽃 비닐하우스, 계단식 농장(커피, 차, 채소 등)으로 유명하다.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다양한 상태로 보존된 프랑스 풍 별장, 아름다운 호수, 넓게 피어있는 꽃들이 어우러져 매력 있는 여행지를 만든다. 국내 여행객들에게는 당연히 잘 알려진 곳으로 웨딩 사진을 찍기에 좋고, 따뜻한 두유를 마시면서 스카프 쇼핑을 하거나, 야시장을 거닐며 그릴에 구운 고구마를 맛 보기에도 그만이다.

(Barista Magazine)

실용적인 측면에서 Dalat은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고지대 소도시로 해안지방이나 저지대의 평평한 논과 찌는 듯한 더위와 대조를 이룬다. 바로 이곳이 베트남 아라비카의 산지다. 필자는 12월 고지대 커피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여기로 돌아왔다. 몇 년간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전통 베트남 카페는 오전 4시 30분에 문을 열고, 논밭으로 향하는 농부들에게 단맛이 강하고, 진한 우유가 첨가된 샷 사이즈 커피를 제공한다), 급격히 변한 부분도 있었다.

2013년부터 La Viet Coffee의 Quang과 Ngoc을 알고 지내고 있다. 당시 슬리핑 버스(sleeping bus)를 타고 당일치기 농장 투어를 한 후에 Modbar의 Will Frith의 소개를 받아 알게 됐다. 이번에는 그들이 운영하는 다목적 카페와 로스팅 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Dalat 외각에 위치한 그 카페는 규모가 상당했다. 바닥은 시원하게 시멘트가 깔려 있고, 현지에서 가공된 생두 주머니들이 비치돼 있다. 로스터, 실험실, 카페가 모두 한 자리에 있는 이 곳은 베트남에서 가장 특별한 커피 공간 중 하나다. 베트남 전역에 다양한 카페가 존재하지만 La Viet는 직접 로스팅한 아라비카를 사용하는 드립커피, 고품질 티, 에스프레소, 패스트리 등 소수의 메뉴만 제공하는 등 서구식 카페의 모습에 충실하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생겼다 사라진 런치메뉴를 제공하는 카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La Viet는 일관되게 품질에 공을 들여왔다. 여전히 대다수의 베트남 커피 소비자들이 금속 커피 필터로 두텁고, 불순물이 섞인 로부스타를 내려 연유와 섞어 마신다. 이런 상황에서 La Viet가 꾸준히 소비자 교육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필자는 바리스타들이 이런 노력에 진심으로 동참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La Viet의 바리스타 Sabet는 지역의 커피 재배 농가에서 태어났다. 생산과 소비, 두 가지 영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베트남 커피 업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부채, 가뭄, 우기의 홍수, 일관되지 못한 품질은 국내 아라비카 재배업자들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Sabet같은 바리스타들은 모든 사람들을 교육하고 커뮤니티를 결속시키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10분 정도가면 Duy Ho가 운영하는 The Married Beans가 있다. 그 곳에서 Thi와 Kieu가 핸드드립으로 샷을 내릴 준비를 했다. 버본종 생산 품질 증진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 카페는 타운 스퀘어 인근에 위치해 있다. 과하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 포크음악, 메탈 클립으로 고정된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장식된 인테리어에서 새로운 베트남 커피 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열망, 전 세계에 베트남산 아라비카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The Married Beans의 동력이다.

뉴욕 메츠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Kieu가 쑥스러워하며 핸드드립 커피를 서빙하는 동안 필자는 Thi에게 커피에 대한 그의 소명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커피를 삶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통해 영어를 연습하고, 국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베트남의 복잡한 커피 업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녀의 핸드드립은 로컬 버본의 맛을 잘 우려냈다. 베트남에서 그런 맛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La Viet와 The Married Beans의 바리스타들에게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들은 원산지와의 인접성 덕분에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도전과제에 대해 더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La Viet의 바리스타 인턴 (Barista Magazine)

La Viet와 The Married Beans는 모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Fi-lan’thro-pe는 지역 소수민족과 가난한 커피 커뮤니티를 아라비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게 한 비영리단체이다. 창업주 Michael Gomez Wood와 Cana Little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아라비카 품질 향상 및 커피 무역 전반에 대해 교육해 왔다. 그들의 열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열정 덕분에 다음 번 방문 때는 Dalat 지역의 공동체 의식, 교육 의식, 투명성이 모두 향상되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빅 시티 (The Big City)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몇 시간 전 베트남의 첫 바리스타 챔피언을 만났다. 트렌디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호치민 1지구 (District 1)에 위치한 Klasik Coffee Roaster의 Tran Han (22세) 이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이 베트남 커피 신동은 전형적인 커피 홍보대사다. 3년간 대학을 다녔지만 그 길이 자신과 맞지 않다 생각하고 파티시에가 되었다. 그리고 베트남이 스페셜티 커피로 전환을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 자신에게 딱 맞는 바리스타로 커리어를 바꿨다.

최초의 베트남 바리스타 챔피언  Tran Han (Barista Magazine)

그녀는 현재 “오직 아라비카만”에 대해서만 교육하는 Bosgaurus Coffee Roaster에서 일한다. 인테리어를 살펴보자면,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잘 든다. 디자인에 민감한 고객들을 만족시킬만한 근사한 바도 설치돼 있었다. 8명의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는 Bosgaurus는 최고가 아파트 단지 근처라는 베타적인 입지에도 커피 업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은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베트남 내에는 커피애호가들을 위한 공식 트레이닝 코스가 없기 때문에 이 커뮤니티의 카페 탐방, 농장 방문, 지식 교류와 같은 활동은 일종의 신세계나 다름없다.

Tran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문 직업으로서의 커피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했다. 많은 베트남 바리스타들이 커피 전문가로서의 길을 택할 때 이런 좌절감을 겪는다. 커피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시내 거리와 뒷골목에 늘어서 있는 수천 개의 커피숍 중 하나에서 취업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시폰 브루잉이나 에어로프레스 대회가 낯선 이들에게 커피 업계에서의 커리어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Tran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가 2016년 베트남의 첫 바리스타 챔피언이 되어서야 그녀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대단한 일을 이뤄냈는지 이해했다. Bosgaurus를 포함해 호치민 곳곳의 바리스타들과 Tran 의 친밀함을 보면 커피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밝은 미래

처음 베트남 커피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필자는 베트남 커피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고, 필자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언어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갖고 있었지다. 그럼에도 Lam Dong 지역 아라비카에 대한 무관심에 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 커피가 국내외 커피 소비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크게 달라졌다. 언뜻 보기에 상업용 커피와 스페셜티 등급 커피는 관련성이 없는 것 같지만 이 둘은 나란히 발전하고 있다. 2016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Tran의 시그니처 음료가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였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서양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베트남식 커피음료이기 때문이다. 두 업계가 발전하면서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지 아주 흥미롭다.

지금으로서는 바리스타를 뜻하는 베트남어 단어가 없지만 곧 생길지도 모른다. 베트남 스페셜티 커피 업계 스스로 바리스타와 아라비카 생산자의 의미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지금껏 커피 분야에서 베트남이 어떤 이미지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베트남은 양 중심의 상업용 커피의 원산지일 뿐만 아니라 전도유망한 스페셜티 커피 생산국으로서도 첫발을 내딛고 있다.

 

 

기사 출처: http://www.barista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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