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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성공의 법칙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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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루보틀 홈페이지]

2003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파머스 마켓에 제임스 프리먼의 커피 카트가 등장했을 때, 어느 누구도 지금의 블루보틀을 상상하지 못했다.

남다른 추출방법으로 오랜 시간 한 잔씩만 만들어 파는 낯선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었기는 했지만. 1년 뒤 줄을 서서 프리먼의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을 때, 어쩌면 그때부터 블루보틀은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삼청동에 블루보틀이 생긴다는 소식에 한 번 들썩였던 한국. 그만큼 블루보틀의 상륙을 기대하는 커피 마니아들이 많다는 증거다. 최근 국내 언론사를 통해 지난 6월 블루보틀코리아의 법인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는 정말로 조만간, 블루보틀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게 될 듯하다.

[출처: 블루보틀 홈페이지]
왜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블루보틀에 열광하고 또한 기다리는걸까?

바리스타 뉴스는 지난 번 기사인 <책 읽는 바리스타를 위해 새로 나온 책 3권>에서 양도영 저자의 신간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양도영, 스리체어스)”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최고의 커피’에 대한 ‘품질 우선주의’ 철학이다. 앞으로 소개할 블루보틀의 일곱가지 특별한 원칙의 지향점은 바로, ‘최고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기업 철학의 완성이다.

 

 

1. 여덟 가지뿐인 간결한 메뉴

지금은 모든 매장에서 여덟 가지가 넘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을 이 원칙으로 기억한다. 창업 초기 ‘로스팅 48시간 이내의 원두로 여덟 가지 메뉴만 판매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활용하면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인되는 브랜딩의 효과다. 여기서 팩트 체크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엄선된 메뉴만 판매하는 전문점’이라는 브랜딩이다.

여기서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메뉴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메뉴는 당연히, 커피이다(많은 카페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커피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구운 치커리와 콜드브루 커피의 조합인 ‘뉴올리언스 아이스커피’와 메뉴판에는 없는 시크릿 메뉴(일본 블루보틀 메뉴판에서는 찾아볼 수 있지만)인 ‘지브롤터’는 모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데다, 독특한 컨셉으로 바이럴을 유도하고 있다.

 

2. 하나로 통일된 컵 사이즈

어느 카페를 가나, 우리는 다양한 사이즈의 커피와 음료를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만 해도 short, tall, grande에 benti까지, 심지어 해외에서는 trenta사이즈도 찾아볼 수 있다(벤티 사이즈가 595ml, 트렌타는 916ml).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만족 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단 하나의 컵 사이즈를 고집한다. 양이 아니라, 질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가장 맛있는 사이즈 하나만 제공함으로써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철학을 보여준다.

 

3. 향을 내는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한 커피

캐러멜 모카를 사랑하는 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블루보틀에서는 바닐라, 모카, 캐러멜 등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히, 이런 첨가물이 들어가는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여덟 가지뿐인 간결한 메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해진다.

블루보틀은 순수한 커피 음료(커피를 못 마시는 이들을 위한 핫초콜릿은 제외)를 제공함으로써 커피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철학을 공고히 하고 있다.

 

4.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라마르조코

좁은 골목 후미진 자리의 작은 카페였을 때에도, 커피 머신만큼은 당시 스타벅스가 사용하던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인 라마르조코를 사용했다. 여러 모로 스타벅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영을 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바로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당시 블루보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한정된 예산이 허락하는 입지는 보잘것 없더라도, 제품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머신 만큼은 하이엔드 머신을 사용한다는 것은 역시 커피의 품질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예다.

커피 품질 이외의 부분에서는 경쟁자들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정말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5. 모든 샷은 리스트레토

리스트레토 샷은 소량의 에스프레소를 보다 짧은 시간에 추출한 커피로, 기분 좋은 신맛을 준다. 커피의 쓴 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나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선호하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블루보틀의 모든 샷은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보다 쓴맛이 덜한 리스트레토 샷으로 제공된다. 커피에 약한 체질이라면 에스프레소보다 리스트레토로 만들어 마시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커피의 좋은 맛은 대부분 초반에 빠져나오기 때문에, 잡미나 쓴맛이 나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고객들은 블루보틀이 엄선한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의 좋은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6. 모든 우유 음료에 라테 아트를

라테 아트를 한다는 것은 예술적인 작업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도 하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정성과 시간을 들인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블루보틀이 고객에게 전하는 최고의 서비스이다.

블루보틀의 모든 바리스타는 각각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다. 스팀밀크를 이용하여 공들인 라테 아트를 선보일 수 있는 진짜 실력자들이 일하는 카페로서의 브랜딩이 여기에 있다.

실제로 블루보틀의 직원들은 모두 창업자 프리먼 앞에서 커피 내리는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고객 앞에 설 수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커피 마니아이자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20초 단위로 테스트를 할 만큼 완벽주의자이기도 한 프리먼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창업자 프리먼이 오클랜드의 장터 카트에서 고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대하며 팔았던 때처럼, 고객과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커피에 대한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전문성을 갖춘 바리스타만이 블루보틀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다.

 

7. 한 잔씩 내린 핸드 드립 커피

다들 알다시피, 핸드 드립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시간이다. 한 잔을 제대로 내리려면 1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모드바의 푸어오버 시스템과 같이 자동, 수동을 활용할 수 있는 머신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지만, 블루보틀에서는 한 번에 한 잔씩 손수 내리는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속도’를 포기한 카페, 주문 후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손에 들어오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리스트레토 메뉴를 주문한다고 해도 한 잔 한 잔 더해지는 라테 아트를 생각하면 과연 그 시간을 기다릴 고객이 있을까 의심될 정도다. 그렇지만 이 기사가 나올만큼, 이런 불합리한 전략은 성공했다.

전략과 철학이 만나니 느리고 불편한 곳이 아니라 품질 하나만을 목표로 삼아 그 외의 것은 포기하는 제대로 된 가게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양도영, 2018,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

프리먼이 표현하는 대로, ‘지린내 나는 뒷골목 구석’의 작은 매장에서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나 쓰는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고, 한 잔에 10분 가까이 시간을 들여 내린 핸드 드립 커피를 판다거나, 정성스러운 라테 아트를 고집하는 것 모두 최고의 커피만을 제공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진정한 고객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그닥 성공하지 못했던 클라리넷 연주자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월세 600달러의 허름한 창고에서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작했던, 창업 초보자의 커피 사업은 전세계 단 50여 곳의 매장으로 7,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 성장했다. 슬로우 푸드 열풍이나, 커피 업계 제3의 물결이라 불리우는 스페셜티 원두 트렌드도 그 성장의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커피 브랜드들의 흥망성쇠를 돌아본다면, 오늘 소개한 이 법칙들이 블루보틀의 오늘을 만들어준 바로 그 비결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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