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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제,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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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보관 시 찾기 쉽게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   사진 출처: 광명시 블로그 

by 김커피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오게 되었을 때, 전에 살던 사람이 준 것 중에 가장 기뻤던 것은 바로, 치킨집 쿠폰이었다. 쿠폰을 전하고 받으며 우리 두 사람 간에 오고 갔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취향과, 신뢰를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가 7장이나 모았거든요… 잘 써주세요…”

이미 두 번이나 쿠폰으로 바꿔 먹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는 10장이면 한 마리로 바꿀 수 있는 쿠폰 7장을 내밀었다. 덕분에 나는 새로운 동네에 와서도, 당황하지 않고 치킨을 주문할 수 있었다.

[바리스타의 캐릭터를 사용해 더욱 친근감을 줄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925q6cerz.tistory.com/2971
우리 카페에도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득, 우리 카페 쿠폰을 쥔 사람들도 같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디지털 쿠폰이 대세라는데, 사실 종이 쿠폰을 계속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자영업자를 위한 창업 카페에서 쿠폰제에 대한 고민 사연을 읽었다. 경기는 어려워져가고, 커피 내리랴, 날로 심상치 않은 월세 신경 쓰랴, 가끔씩 상전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알바 케어하랴 정신 없는 와중, 마케팅이라고 하는 일은 남의 나라 일 같다. 그나마 우리 자영업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쿠폰이 아니던가. 그저 막연히, ‘보통 카페 하면 쿠폰제를 하던데’라는 마음으로 쿠폰을 인쇄하려고 한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쿠폰제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 분들을 위해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쿠폰제는 효과가 있나

단적으로 말하면, 있다. 쿠폰제도는 사실 꽤 오래된, 그리고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다. 단골 고객을 잡기 위해, 혹은 재방문을 유도함으로써 꾸준한 매출이 일어나게끔 하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쿠폰 사용을 촉진하면 재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평균적인 객단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는 실제 평균 소비 금액이 쿠폰 사용과 함께 약 26%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쿠폰제는 일종의 ‘리워드 마케팅’이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스타벅스에는 긴 줄이 늘어서곤 한다.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는 여름이나 연말 시즌에 스탬프를 모아 현물 상품 등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일종에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돼 있다. 특히 연말에는 다음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기 위한 무시무시한 레이스가 매년 반복된다. 사실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이 훨씬 싸지만, ‘성취욕’ 때문일까, 사람들은 최소 17잔의 스타벅스 커피를 구매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4,100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7만원 이상의 금액을 쏟아붓는 것이다. 물론, “어차피 마실 커피, 스타벅스 먹는 거지, 뭐.”라는 말엔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이 말이 실로 정답이다.

어차피 마실 커피, 라면.

당신에게 A카페의 쿠폰이 있다고 하자. 지금 당신 주변에 A카페를 비롯한 카페 서너 곳이 있다고 할 때, 당신은 어느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겠는가? 어차피 마실 커피, 라는 정도라면 말이다.

[지갑을 뒤지니 이미 4개의 쿠폰이 나왔다]
쿠폰을 적립해 나가는 것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장치가 함께 작동한다. 내용은 다음 단락에서 추려볼 것이다. 다만, 쿠폰제는 할인혜택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1인 카페 혹은 자영업을 상정할 때, 우리에게는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수단– 말하자면 PPL이라든지, 광고 매체라든지–이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쿠폰제는 보다 공격적인 방식의 리텐션 촉진 마케팅이 된다.

쿠폰에 명시된 혜택 뿐 아니라 형태나 절차에 따라 매출의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쿠폰제의 효과나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 전략 등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2. 쿠폰에 숨겨진 심리 전략

인간에게는 특정 목표를 부여 받으며 무의식적으로 그 목표를 최대한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를 ‘부여된 진행효과(Endowed Progress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심리 전략을 통해 쿠폰 활용을 유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중간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은 이 레이스를 끝까지 달릴 수 있게 도와준다] 사진 출처: http://www.printrobo.co.kr/blog/after-printing-review-cafe-coffee-cong/
1) 이미 과정 안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시작이 반이다. 본인이 이미 레이스에 참여한 이상, 끝을 향해 달리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목표를 향한 과정에 이미 들어온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처음 쿠폰을 건넬 때, 미리 한두 개의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느새 10개 중 6개가 찍힌 쿠폰은 곧 채워질 것이라는 희망에 섣불리 버리지 못하게 된다.

2) 중간 목표를 설정해준다.

이 레이스를 지치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장거리 운전에서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나 시간에 의지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쿠폰에도 이러한 장치를 만들어주자. 예를 들어, 최종 목표가 30개의 스탬프라면, 10개 구간마다 리워드를 배치해준다. 그럼으로써 고객이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카페를 찾아오고 정성껏 만든 음료를 구매하면서 최종 목표에 함께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손실에 민감한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다. 위에서 말한 바대로, 10개 중 5개 이상의 스탬프를 모든 고객을 상정해보자. 이미 모은 5개의 스탬프를 쥔 이상, 이것을 무용지물로 남겨두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손실이다. 소비자는 대개 자신이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고 인지할수록 이전에 투자한 내역에 대해 민감해진다. 우리는 이를 ‘손실민감법칙(The loss-sensitive Principle)로 이야기할 수 있다.

 

3. 쿠폰제, 현명하게 쓰기

쿠폰제를 걱정하는 경우는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얼굴이 기억나지도 않는- 다시 말해 그렇게 자주 찍었다면 기억을 못할 리가 없을 듯한 사람이 매번 다 채워진 쿠폰을 들고 방문한다거나, 잃어버렸다며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애꿎은 알바를 의심하기도 싫고, 종이 쿠폰의 경우에는 분실이 쉬워 고객들에게 컴플레인을 받기도 한다. 이미 기한이 지난 쿠폰을 가지고 온 고객을 대응하는 방식이 직원마다 다른 경우도 생긴다.

[결국 유효기간 안에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이 쿠폰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포스와 연동되는 디지털 쿠폰을 도입해볼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염려되기도 한다.

아래 몇 가지 팁을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최대의 효율을 거두는 방법을 찾아보자.

1) 마감기한과 날짜는 필수

유효기간이 명확하지 않다면, 5년 전에 발행한 쿠폰이 돌아올 수도 있다. 물론 5년 만에라도 다시 찾아와준 고객은 정말이지 감사하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유효기간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손실’이 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유효기간이 명시된 쿠폰을 쥐었을 때 그 기간 내에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함으로써 기간 내 리텐션을 높일 수 있다.

2) 제한 사항은 명확하게

‘다른 쿠폰과 사용 불가’라든지, 쿠폰으로 얻을 수 있는 메뉴는 ‘5천 원 상당의 메뉴로 한정’한다든지, ‘음료에 대해서만 스탬프 적립 가능’이라든지 하는 제한 사항은 쿠폰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리워드가 무엇이 되는지, 고객이나 업주 입장에서 손해를 본다고 인지될 수 있는 부분이 최소화되도록 정리하자.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논란거리가 이 부분에서 많이 해결될 수 있다.

3)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는 디자인

쿠폰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얻을 수 있는 리워드와 관계되는 숫자를 강조하는 것이다. 할인이 가능한 회차의 숫자, 제공되는 할인 금액, 리워드의 비중을 키움으로써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고 또한 정확한 정보로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4) 쉽게, 쉽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또한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고객과 업주, 혹은 직원 쌍방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내용으로 작성함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재구매도를 함께 올릴 수 있다.

5) 모든 직원이 알고 있을 것

우리 카페의 쿠폰 제도에 대해서 모든 직원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같은 쿠폰에 대해서 대응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면, 당연히 컴플레인이 발생한다. 10개를 거의 다 채웠기 때문에 억지로 꾸역꾸역 방문해 마지막 리워드를 얻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 고객이 있다. 본인은 단골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공짜 음료를 받으러 온 진상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객으로하여금 쿠폰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몇 번이고 우리 카페를 찾아준 고마운 단골 고객임을 보여주는 감사한 행동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주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쿠폰의 사용 방법과 친절한 응대를 공통되고 진실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상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쿠폰 보관 방법을 고려해보자.

종이 쿠폰의 가장 난감한 점은, 분실이나 훼손이다. 매번 같은 손님에게 새로운 쿠폰을 주는 것도 자원낭비로 느껴질 수 있다. 많은 카페들이 벽면에 손님들의 쿠폰을 붙여놓게 하거나, 매달아두어 분실의 위험을 줄이고 있다. 가끔 얌체 같은 고객들 덕분에 쿠폰을 도난 당할 위험도 있지만, 대부분 이 카페가 쿠폰제를 실시한다는 것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보관된 쿠폰이 많다면, 단골이 많다는 인식을 주는 데도 부담이 없다. 게다가 쿠폰 보관의 용이성 덕분에 재방문의 문턱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예상되는 단점은 앞서 말한 쿠폰 도난이라든지, 보관 공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공간적인 문제만 해결한다면 다른 부분은 고객의 선택으로 둘 수도 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이나 대학가에 위치한 경우라면, 팀이나 동아리, 과 모임 등에서 쿠폰을 보관하고 여럿이 사용할 수 있게 유치함으로써, 개인이 아닌 단체 고객을 유치하는 기능도 있을 수 있다.

[쿠폰 보관만으로도 특색있는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네오의 정보마당’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마치, 예전 시대의 가내 수공업 같은 일이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들이 마찬가지로 느끼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고객을 직접 맞이하고, 그들에게 최적의 음료를 추천하며, 또한 성심성의껏 음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여기에 카페를 알리고 더 많은 매출을 위한 마케팅까지 직접 고려해야만 한다.

어렵지만은 않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고객이라면, 어떤 카페를 찾고 싶을까? 주변의 많은 선택지 중에 굳이 이 카페를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쿠폰과 그 안의 리워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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