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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슈퍼스타 미키 스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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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많은 미키 스즈키(Miki Suzuki, 이하 미키)는 겸손하면서도 우아하다.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면 기꺼이 함께 포즈를 취한다. 동시에, 투지가 넘치고, 의지력이 굳건한 바리스타 챔피언이기도 하다. 그녀는 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십(JBC) 3회 우승자이며, 톱4에 진출한 경우는 세 차례 더 있다.

미키는 부담감 속에서도 침착함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곳이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이하 WBC) 스테이지이든, 바쁜 매장이든, 커피 농장이든 말이다. 미키는 호기심이 많고, 자신이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이런 성격 덕분에 글로벌 커피 업계는 물론 카페의 동료들로부터 인정 받게 되었다.

2014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자 미키의 전 동료 히데노리 이자키(Hidenori Izaki, 이하 히데)는 “미키는 야망이 크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최고의 커피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합니다. 커피에 있어서는 (미키는)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아요”라고 말한다.

미키는 스스로 요코하마의 평범한 일본 가정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세 자매 중 둘째로 어머니와 함께 쿠키를 만드는 것이 좋았고, 커서 파티시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왜 커피를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자동 머신으로 내린 커피는 너무나도 썼기 때문이다.

미키가 커피를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된 것은 스타벅스에서다. 미키는 22살에 “처음 마신 커피 음료는 ‘카라멜 마끼야또 프라푸치노’였어요”라고 말한다. 머지않아 미키는 새롭게 오픈한 스페셜티 로스터 Zoka Coffee에서 라테를 마셨다, “주문한 라테를 예쁜 그림이 그려져 나왔어요. 지금은 일반적 서비스이지만, 당시만해도 라테아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어요.”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단순히 라테아트가 예뻤기 때문이 아니라, 즉석에서 라테아트를 그리는 그 기술이 고객과의 관계에 주는 큰 의미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리스타가 고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설탕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었죠”라고 말한다. 

미키는 Zoka에서 일한 덕분에 커피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 노력, 자연이 모두 중요하다는 아름다운 사실을 배웠어요.” 미키는 Zoka에서 커리어 발전시킬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그녀는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라고 말한다.

그녀는 2008년 Zoka에서 Maruyama Coffee로 직장을 옮긴다. 그곳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고, 일한 지 1년이 되어갈 때쯤 스토어 매니저로 승진했다. 이후로 리테일 매니저, 세일즈 플래닝 디렉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현재는 혁신 부서의 시니어 디렉터로 있다.

직위가 무엇이든, 자신이 스페셜티 업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기회를 다른 일본 국민들과 고유하려는 마음은 그대로다. 미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임무는 스페셜티 문화를 일본에 정착시키는 것이에요. 커피의 인기는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종의 ‘운동’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느낍니다. 커피를 더 많은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커피의 경이로움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고객에게 커피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바리스타의 수를 늘리고 싶고, 미래를 위한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커피는 제 평생의 직업입니다.”

미키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권위자이자 Maruyama Coffee의 오너 Kentaro Maruyama(켄타로 무라야마, 이하 켄타로)를 가장 소중한 멘토라고 말한다. “그는 커피의 기준을 끌어 올렸어요.” 켄타로 또한 미키를 높이 평가한다, “미키는 열려 있고, 솔직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납니다.” 미키가 Maruyama에 딱 맞는 인재라고 빠르게 판단한 근거에 대해 묻자, “이것은 일본 전통 사회에만 있는 독특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켄타로는 미키의 특별함은 바로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동료 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그런 모습에 감동하고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었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미키의 개방성과 솔직함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키를 보기 위해 카페를 찾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동료들도 미키를 존경하고,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고객 대 바리스타로 미키를 만나면, 내가 마치 특별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객들이 미키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키는 수년간 바리스타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미키는 처음 대회에 참가한 2009년 JBC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결과에 너무 분했어요.” 미키는 사교적인만큼 재능이 뛰어나고 승부욕도 강하다. 9위라는 성적은 그녀의 기준에 한참 미달이었다.

미키는 그 때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Maruyama Coffee 출신 바리스타 5명이 참가했는데, 그 중에 제가 꼴찌였어요. 그 대회를 통해서 다른 바리스타들과의 실력 차이를 깨닫고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진심으로 맛있는 커피를 일관되게 만들 수 있고, 사람들에게 커피의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키의 동료들은 그 때의 일을 조금 다르게 기억한다. 히데는 “제가 7등, 미키가 9등 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함께 아이처럼 울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런데 그 대회를 통해 히데는 미키의 특별한 재능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미키는 160명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습니다! 미키의 퍼포먼스를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마법 같았습니다. 미키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을 타고났고, 첫 대회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미키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의지가 한층 깊어진 커피 지식과 더해져, 다음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다. 2009년 우승컵을 거머쥔 미키의 전 동료 Mie Nakahara(이하 미에)는 미키가 챔피언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키는 “미에는 제게 스토어 매니저로 일하는 방법, 대회 준비와 일상 업무를 결합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당시 저는 커피 경력이 많이 부족했어요. 아무도 제가 우승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미에와 시모넬리사의 Gianni Cassatini만이 저의 우승을 응원했죠. 미에는 제가 누구보다 존경하고 신뢰하는 멘토이자 바리스타입니다”라고 말한다.

미키는 2010 JBC 챔피언 자격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개최된 2011 WBC에 참가했다. 일본과 Maruyama를 대표해서 세계 무대에 서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미키는 “어떤 말로도 그 때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거예요. 인터넷과 책을 통해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배웠지만, 거기에는 진짜 커피가 있었어요. 마침내 저는 커피가 무엇인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았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한다.

미키에게 커피는 음료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다. 커피는 곧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콜롬비아에서의 경험은 그런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미키는 “그것이 커피 생산국에서 한 첫번째 커핑이었었어요. 동일한 지역에서 생산된 샘플들이 많았는데 맛은 비슷했지만, 품질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산지의 농부들은 아주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우리가 커핑하는 모습을 지켜 봤어요. 그 순간 저는 좋은 커피를 확보하고, 산지의 농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지 깨달았죠. 켄타로가 현지 농부들과 해왔던 일들에 대해 이해하고, 커피 구입은 곧 농부들과 관계를 맺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보고타에서 열린 WBC에서 미키는 최종 결승에 진출했고, 5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미키는 기뻤지만,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음해 JBC에서 우승하고, 2012 베트남 WBC에 출전했다. 이번에도 역시 최종 결승까지 올라갔고,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분명 훌륭한 성과였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미키는”베트남에서 4등을 차지한 것은 큰 성과였지만, 제 퍼포먼스에 만족할 수 없었어요. 특히 결승전 퍼포먼스는 많이 아쉬웠어요.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시 JBC를 우승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키는 2011년과 2012년, WBC 최종 결승에 진출한 6인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미키 자신은 이 점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전세계 여성 바리스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2013년 미키는 다시 JBC에 참가했지만 2등에 그쳤다. 2014년 3등, 2015년 4등을 기록한 후에는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미키는 “매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믿음이 부족했던 적이 많았지만, 켄타로와 히데, 미에가 저를 믿고 응원해 주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히데는 “미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것 같아요. 성공의 경험을 뒤로하고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슬럼프에 빠지면 회복하지 못할 겁니다. 미키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거의 영광을 잊고,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바리스타 대회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동안 미키도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녀는 “저는 매년 엄청난 혁신을 내놓는 바리스타챔피언십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바리스타챔피언십은) 저를 포함한 모든 바리스타들에게 큰 즐거움이자 도전입니다”라고 말한다. 2016년 JBC를 우승하며 미키의 오랜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서울에서 열리는 WBC 무대에 다시 한번 설 기회를 얻었다.

히데는 서울에서의 미키의 선전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서울 대회에 참가한 미키는 2011, 2012년의 미키가 아니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꾸준히 실력을 키웠고, 그 덕분에 다시 WBC 무대에서 (2위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미키에게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켄타로 또한 5년만에 복귀해 WBC 무대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미키를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5년이라는 공백은 대회 참가자에게는 영원처럼 긴 시간이다. 규정이 바뀌고, 참가자들의 실력이 빠르게 상향평준화되기 때문이다. 켄타로는 “두 번이나 WBC 최종 결승에 진출한 것, 오랜 공백 후에도 2위라는 성적을 거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미키는 더 빨리 WBC로 복귀하고 싶었지만 몇 년간 JBC를 우승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것을 수용했습니다. 저는 그런 겸손함에 탄복했습니다. 미키는 과거의 성공을 뒤로 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런 미키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라고 말한다.

켄타로는 “결승전 퍼포먼스는 미키가 지금까지 보여 준 퍼포먼스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우아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고, (무대를) 즐겼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미키는 최선을 다했고, 2위라는 성적에 만족한다고 생각합니다.

히데는 “미키는 바리스타 대회의 의미는 인생 최고의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라는 점을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명예’나 ‘영광’을 추구하는 것과 다릅니다. 미키의 성공은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정신력과 인성이 그녀를 세계 2위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미키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미키는 커피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커피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커피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삶이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커피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을 믿고, 커피를 믿으세요. 여러분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출처: 바리스타매거진

바리스타뉴스는 커피 전문 웹 매거진입니다. 국내외 커피 이슈는 물론, 각종 커피상식, 카페운영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바리스타뉴스 컨텐츠의 무단 배포 및 수정, 복사를 금합니다.

2 Comments

  1. 몇년전에 서울 카페쇼에서 봤을때 굉장히 친절하시고 환한 미소덕에 팬이 됐었습니다. 작년 카페쇼때도 사진요청 드렸었는데 여전히 친절하게 응해주시더라구요 ㅎㅎ 멋진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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