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예술가들에게는 밤새워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왔고, 근대 민주주의는 커피와 함께 한 토론을 통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커피로 하루를 지탱하는 것만 해도 어떤가. 커피는 온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아는 커피에 관한 한 현상이 있다. 바로 커피 자국. 소위 말하는 ‘갬성’ 샷으로도 활발히 활용되곤 하는 커피 자국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이 얼룩을 닦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물리학자에게는 이것이, 그저 얼룩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커피 얼룩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중심보다 가장자리가 좀 더 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 머그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왜 꼭 커피 가루는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커피링 효과’라는 이론을 알기 전에, 호기심조차 가져본 적이 있었던 것이 조금 민망할 정도다.
물론 이런 사람들도 있다: 커피 자국을 예술로 승화시킨 일러스트
1997년, Robert.D.Deegan은 이 호기심을 연구로 발전시켜, Nature지에 ‘커피링 효과The Coffee Ring Effect’를 발표한다. 그에 따르면, 이 원리는 ‘미세 입자를 포함한 액적(물기)이 증발할 때 가장자리에 쌓인다’는 비교적 간단한 것이다. 이후 시카고 대학 펜실베니아 대학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포항공대 등에서도 관련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커피링 효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바닥에 떨어진 액체는 표면 장력에 의해 볼록한 구형으로 맺힌다. (ex.이슬)
- 액체는 가장자리부터 마른다.
- 표면 장력과 모세관 운동에 의해, 가장자리가 먼저 증발하면 내부 액체는 가장자리로 흘러 최대한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 균일한 농도를 가진 액체 내 미세 입자는 이 흐름을 따라 가장자리로 흘러간다.
- 가장자리의 액체는 계속 증발하고, 용질은 계속 축적된다.
- 최종적으로 용질의 농도가 가장 높은 가장자리에 더욱 진한 커피 자국이 생긴다.
*표면 장력Surface tention: 표면적을 작게 하려고 작용하는 장력.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면 표면 장력이 증가한다. 액체의 모든 표면에서 표면 장력이 작용하고 온도가 같다면 구 형태를 유지한다. 아침 이슬이 구형에 가까운 이유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실험 영상을 통해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커피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면 장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비누와 같은 계면활성제가 첨가되면 이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용질 입자의 형태가 구형에 가까울수록 용질이 가장자리를 향하게 되지만, 타원형의 입자는 나중에 모두 중심으로 향하게 된다. 모든 입자가 타원형이 아니더라도, 입자 중 소량의 타원형 입자만 들어있어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커피링 효과는 단순한 호기심 해결의 문제가 아니다. 커피 입자 대신 특정 나노 입자를 액적에 포함시킨 다음 증발시키면, 커피링 효과에 의해 바닥에 해당 입자가 증착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온도나 습도 등 주위 환경이나, 액적과 바닥면의 접촉각 이력 현상 등을 조절하게 된다면, 이 효과를 통해 원하는 두께, 원하는 형태로 입자를 증착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반도체 공정이나 코팅 공정 등에서 활발히 응용 가능한 기술이 된다.
논문 출처: “Capillary flow as the cause of ring stains from dried liquid drops” Robert D. Deegan, Olgica Bakajin, Todd F. Dupont, Greg Huber, Sidney R. Nagel, and Thomas A. Witten, in Nature 389, 827 (1997)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Coffee_ring_effect
시카고대학 https://mrsec.uchicago.edu/research/highlights/coffee-ring-effe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