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에서는 물보다 맥주를 마시는 것이 더 안전했다. 도시 괴담이 아니다. 정말 그랬다. 맥주 수프는 계층을 불문하고 가장 인기있는 아침식사였다. 노동자들 중에는 과음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고, 덕분에 고생해서 번 돈은 마셨던 맥주가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만큼이나 빨리 수중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17세기경 커피가 보급되면서 맥주는 커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당시 신문에 커피 덕분에 음주율이 줄었다는 기사들이 실렸다. 커피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수많은 영국인들이 술에 취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커피가 세계사에 큰 영향을 준 사례가 무엇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밥 딜런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는 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획일화, 동질화의 양상으로 개개인이 거대한 사회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하여, 민속음악을 즐기며 산업화 이전시대의 전원생활, 인간정신에 대한 신뢰, 낙천주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였던 사람들을 일컫는다. 평화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은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비트 세대는 기존의 커피 대신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자유를 표현했다. 참고로, 당시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가 미국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다. 에스프레소 카페는 당대 시인들이 가장 즐겨 찾던 장소였다.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몇 시간씩 시를 쓰고, 인생에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에스프레소 카페가 비트 세대를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실 세계로 나가 치열하게 싸우기 전, 혁명을 모의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장소였다.
남북전쟁에서 북부의 승리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발발했을 시기 커피는 이미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였다. 연합군은 남부 항구들을 봉쇄하고, 커피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남부연합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북부연방이 신속히 커피를 사들이고, 커피의 유출을 막음에 따라, 남부의 군인들은 형편없는 커피를 마셔야 했다.
지금이야 커피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전쟁 동안 커피는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자원이다. 북부연방 군인들의 일기장에는 커피가 사기와 용기를 진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이 많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어떻게든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전장으로 향했다. 카페인 에너지를 받은 북부연합군은 커피를 마시지 못해 기운이 빠진 남부연합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 커피가 북부연방의 승리에 기여한 것이다.
산업 혁명
어쩌면 산업혁명의 동력은 증기기관이 아닌 커피였다. 18~19세기 산업혁명의 영향이 영국 시골지역까지 뻗치면서, 농사를 짓던 가족들은 대도시로 이주해 공장 근로자가 되었다. 시간과 돈이 부족했던 노동자들은 준비시간이 긴 식사 대신, 커피와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생활방식이 노동자들에게 좋을 리 없었지만, 그들의 헌신 덕분에 서구는 빠르게 근대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더 보이스, 아메리카 갓 탤런트같은 오디션 프로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코카콜라, 스내플(Snapple) 등 초대형 음료 기업이 이런 오디션 프로를 후원해 왔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의 탄생에 기여한 기업은 따로 있다.
1935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는 라디오가 오늘날의 페이스북같이 가장 핫한 매체였다. Chase & Sanborn Coffee의 후원으로 Major Bowes Amateur Hour라는 라디오 오디션 프로가 최초로 전파를 탔고, 곧장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청취자들은 프랑크 시나트라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숨은 진주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다양한 오디션 프로의 시초가 바로 Major Bowes Amateur Hour이다. 놀라운 점은, 이 프로그램은 Chase & Sanborn Coffee의 LP 앨범 제작을 목표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커피가 없었다면, 오디션 프로그램도 없었고, 어쩌면 리얼리티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참조: http://guff.com/14-historical-events-that-might-not-have-happened-without-coff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