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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히 살펴보는 PID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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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 개조에 빠져있던 홈 바리스타가 어떻게 커피 업계를 혁신했을까?

 

지난 20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의미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기술 중 하나는 PID 컨트롤러다. 그런데 PID는 정확히 무엇일까? 어떻게 거의 모든 머신에 PID가 달리게 됐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 마니아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가정용 머신 사용자들이 업계의 기술 발전을 이끌고, 시애틀의 Espresso Vivace가 온도 안정성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던 그 때를 말이다.

 

기초 과학

PID는 Proportional (비율의), Integral (필수적인), Derivative (파생의)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PID 자체는 다양한 (항공우주 공학부터 에너지 생산, 맥주 양조까지) 산업용 제어 기술에 사용되는 일련의 방정식을 뜻한다. PID 컨트롤러라고 불리는 작은 전자 박스는 알고리즘을 물리적으로 실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알고리즘 덕분에 (커피 보일러의 온도 같은) 다양한 시스템 변수를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PID 컨트롤러 전에 커피 머신의 보일러 온도는 (특정 온도 이하가 되면 보일러를 켜고,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보일러를 끄는 작고, 단순한 기계식 장치인) 온도계 또는 압력계를 통해 제어했다. 이런 시스템은 잘 작동했지만, 정확도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다. 보일러 온도가 설정 온도 아래로 떨어져야만 보일러가 켜졌고, 보일러가 꺼져도 보일러 온도는 설정 온도를 넘어서까지 높아졌다. 온도 안정성은 취약했고, 정밀한 제어도 쉽지 않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PID 컨트롤러를 장착함으로써 두 가지 방식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PID의 전자 패키지는 지속적으로 보일러 온도를 측정하고, 모델링하며 끊임없이 보일러를 작동 및 중단시킨다. 그렇게 원하는 온도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PID는 작동 시간과 중단 시간의 비율을 영민하게 바꾼다. 덕분에 발열체에 투입되는 전기의 양을 통제하고, 온도 제어를 훨씬 더 정밀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PID 컨트롤러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장착되게 되었을까? 정답은 의욕이 충만했던 머신 개조 마니아들에게 있다.

 

 

온도에 주목하다

시애틀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면 David Schomer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Schomer는 전설적인 Espresso Vivace의 설립자이며, 집착에 가까운 기술적 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온도는 언제나 Schomer의 주요 관심사였다. 1995년경 그는 더 일관된 온도를 얻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Schomer는 Hines Public Market Coffee의 공동 설립자 John Hornall 때문에 기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느 날 Hornall은 Schomer에게 에스프레소 샷을 내려 주며 온도 변화의 폭이 커서 커피 맛이 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Schomer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Schomer는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온도가 에스프레소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탐구했다. 파급력 있는 다수의 글을 포스팅했고, 다른 열의에 찬 머신 광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Schomer는 라마르조코와 긴밀히 협력했다. 라마르조코는 당시 Schomer와 소통을 담당하던 Roger Wittmann의 지시에 따라 Schomer에게 작은 실험실까지 마련해 주었다. Schomer는 온도 안정성에 관한 다각도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보일러 수를 늘려 보기도 하고, 솔레노이드 밸브에서부터 보일러를 지나는 구간에 나선형 리턴 튜브를 설치해 보기도 했다.

Schomer이 온도를 두고 각종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홈 바리스타들은 alt.coffee를 중심으로 큰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alt.coffee는 일종의 포럼이자, 영감의 원천이자, 커피 마니아들의 안식처였다. 그들은 대부분 (당시 몇 안되던) 로스터리와 멀리 떨어져 살았다.

 

두부와 홈 머신

alt.coffee의 가장 유명한 회원 중 한 명은 Andy Schecter이다. 뉴욕 업스테이트에 사는 Schecter는 최고급 두부 생산 업체를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 Schecter는 에스프레소에 (특히 온도에) 점점 더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Schomer를 비롯해 alt.coffee의 다른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Greg Scace이다. (Greg Scace는 포터필터 온도 계측기 Scace device를 고안한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온도 제어는 두부 생산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Schecter의 생산 시설은 이미 PID를 사용하고 있었다. Schecter는 영감을 받아 PID 컨트롤러를 개조해 Rancilio Silvia 가정용 머신에 부착하였고, 그 결과를 2001년 2월 3일 alt.coffee에 게재했다. 그렇게 그는 온도 안정화를 위해 커피 머신에 최초로 PID 컨트롤러를 설치한 인물이 되었다. Schecter는 자신에게 쏟아진 찬사를 사양하며, “저는 Greg Scace보다 고작 1주일 정도 빨랐을 뿐입니다. Greg도 PID 컨트롤러를 부착하려고 준비해 둔 상태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기본 사양이 된 PID

비슷한 시기에 David Schomer는 또 한 명의 커피 머신 마니아이자 Versalab의 설립자 John Bicht와 대화를 나눴다. Schomer는 Bicht가 PID 컨트롤러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 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1년 2월 23일 수많은 개조 작업 후에 Schomer는 PID 컨트롤러가 부착된 리네아를 선보였다. 이 녀석은 PID 온도 컨트롤러를 부착한 최초의 상업용 머신이었다.

몇 년 후에 라마르조코는 PID 컨트롤러 업그레이드 옵션이 달린 리네아 클래식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기본 사양으로 PID를 장착한 최초의 머신은 2005년에 출시된 GB5이다.

이 시점 이후로는 PID 컨트롤러의 역사는 복잡해진다. 머신 업체의 인수합병, 분사, 설립 및 폐업 등으로 머신 업계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PID 컨트롤러 개조 키트를 판매하는 사설 업체도 급증했었다. 결국에 PID는 대부분의 현대식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본 사양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머신 개조 마니아들은 PID 컨트롤러와 그것이 약속하는 정밀한 온도 안정성에 집착한다.

 

보너스 정보

온도 제어 목적으로 PID 컨트롤러를 장착한 최초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Stein-O-Matic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이 녀석은 1980년대 말 한정 수량만 판매되었고, (당시 주류였던 기계식 제어가 아닌) 전자 제어에 첫발을 디딘 모델이다. 하지만 그 모델에 장착된 PID 컨트롤러는 고온 안정성 유지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때문에 Schecter의 Silvia와 Schomer의 리네아를 오늘날의 PID 머신의 시초라 말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원문 출처: https://home.lamarzoccousa.com/history-of-the-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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