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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맛 없는 커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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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물론 대부분의 손님들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요즘처럼 무덥기가 그지없는 날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불티나게 팔린다. 그런데 가끔, 자신만의 주문을 하는 고객이 있다. 물론 우리 메뉴판에는 자신 있는 메뉴만 올려놓기는 하지만, ‘개인화된’ 주문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날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특정한 레시피에 대한 본인의 선호는 매우 중요하고, 바리스타는 신이나 선생님이 아니므로 고객에게 메뉴를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바리스타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음료를 주문해오는 손님이 등장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커피 꼰대가 되지 말자

많은 바리스타들이 진상으로 꼽는 고객이 있다. 훨씬 뜨겁게 내린 커피에 휘핑은 더 많이 올리고 커피 맛이 뭉개질 정도로 초콜릿을 추가한다거나, 이 카페의 시그니처 원두의 품질은 아랑곳하지 않는 커피를 주문한다. 하지만 이런 고객들을 진상으로 모는 것은 정말이지 버려야 할 태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스페셜티 우월의식이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식하게도’ 당신의 상식을 벗어난 주문을 용감하게 하는 고객보다 더 말이다.

휘핑크림은 잘못이 없다, 당신이 싫어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 세대의 바리스타로서, 완벽한 샷을 뽑아내고 예술적인 푸어오버 기술을 갖는 것은 사실 쉬울 수 있다. 커피를 업으로 삼은 우리야, 농장주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체리가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는 것에 대해 열광할 수 있다. 우리는 고객을 위해 만드는 제품-커피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고객은 우리가 아니다. 그들은 플레이버 휠을 돌려볼 일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묵직한 느낌이랄까, 꽃처럼 피어나는 향긋한 산미가 어떠한지를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바리스타로서 우리가 경험한 이러한 흥분들을 토대로 고객 또한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진짜 이 커피를 즐기시려면, 설탕은 절대 안돼요. 누가 이런 스페셜티에 휘핑 크림을 올립니까?” 이런 말을 내뱉는 순간, 고객은 당신을 소위, ‘꼰대’로 판단 내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은 좌절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단지,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입맛을 얻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왜 내 돈 주고 욕을 듣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바리스타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나의 경우, 어릴 때 부모님이 커피숍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항상 커피 향에 둘러싸여 자랐다. 1980년대부터 사이폰이라든지, 케맥스라든지 하는 다양한 브루잉 기구와 세계 각국의 원두를 맛볼 수 있었던 나에게 첫 커피는 ‘카페오레’였다. 아무래도 유치원생에게 에스프레소는 너무 썼을테니 말이다. 달고 부드러운 커피. ‘카페’라는 이미지 속에서 내 또래 친구들 중에선 ‘파르페’를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아이스크림과 통조림 과일, 커피가 어우러져 온갖 달콤한 맛을 뽐내는, 이제는 추억 속의 음료가 된 바로 그것 말이다.

아마,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란, 단지 에스프레소만이 아닐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우리 나라는 아직까지 ‘맥심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너도나도 스페셜티 커피를 내리며 커피 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믹스커피’를 빼놓고 논할 수 있을까? 그래,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언제부터 스페셜티니, 에스프레소를 먹었단 말인가! 삼각형 봉투에 든 커피우유, ‘더위사냥’이 우리의 첫 커피 경험은 아니었던가?

아마 대부분 커피맛은 이런 걸로 배웠을 거다  사진 출처: 서울우유

그러니,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이나 설탕 없이, 아이스크림 없이 커피를 시작했을지 생각해보자. 아마 여기서 당당하게 ‘난 태어날 때부터 COE no.1 만 먹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 자리에 서 있다. 점차 커피 본연의 맛을 알게 된다. 인생의 쓴맛을 느끼는 만큼 커피의 쓴맛을 즐기게 되었다. 이젠 그 쓴맛 속에서 신맛과 짠맛과 이제… 단맛까지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시럽을 넣는 것을 멀리하고 더 적은 양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 맛을 알면 알수록, 리스트레토의 진솔한 맛에 이끌리게 된다. 다시 말해, 첨가물이 없이도, 커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경험하고도 설탕과 휘핑을 여전히 고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한들 바리스타인 우리보다 더 많이 커피를 알고 맛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단시간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커피의 순간을 인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역시도 모든 커피에 대해 알고 경험해본 것은 아닌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이제이, 본진에서 프라페 성애자를 설득해보자

그렇다면 (예를 들어)  화이트 초콜릿 카라멜 마키아토(이런 게 실제로 있다고?!)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그냥 답하자. “네, 그럼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카라멜 마키아토를 커피 음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우유와 시럽과 카라멜이 들어갔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물론 많은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절대 절대 싫은 메뉴이긴 하겠지만서도.

그렇지만 이미 카페에 우유, 카라멜, 바닐라 시럽(아쉽게도 우리 카페엔 없지만)이 준비돼 있다면 그냥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신 그들이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최고의 음료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음료를 주문했는데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최상의 맛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바닐라 시럽이 없었던 우리 카페에서는 이렇게 대응한다. “저희 카페는 바닐라 시럽을 사용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제 방식으로 한번 만들어드릴테니 맛보시겠어요?” 물론 이 음료는 우리 메뉴판에 존재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올라갈 필요가 없다. 재료가 이미 있다면야,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더 나은 재료와 고객에 대한 관심은 항상 더 맛있는 음료를 만든다. 스페셜티 물결에 처음 발을 들인 고객일지라도 그 차이를 알아챌 것이다. 그들의 단골 카페가 지나치게 강배전된, 혹은 저품질의 커피를 숨기기 위해 시럽을 과다하게 넣는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원두와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우리 카페는 그런 시럽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첨가물들은 원두 본연의 나쁜 맛을 가리기 위한 것일 뿐, 좋은 원두와 재료가 있다면 첨가물 없이도 얼마든지 최고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그들에게 인생 프라페를 맛보여준다, 그럼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Credit: Unsplash via Pixabay.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모르고 있다. 당신이 아무리 강조하고 강조해도, 시럽이나 크림 같은 걸 넣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당신을 그저, 잘난 체하고 스페셜티 뽕에 취한 허세쟁이로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미 오랫동안 그들이 즐겨온 취향을 잘못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커피플레인’ 대신  더 나은 음료를 만들어 제공해보자. 정말 그들의 마음에 들었다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시럽과 크림에의 의존을 줄여나가게 될 것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말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절대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나는 지금 당신의 카페를 찾는 고객들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커피의 맛을 일러주기를 주저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애써 발걸음한 고객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커피가 잘못됐다는 느낌 – 주눅들게 만든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것을 좋아하고 마시고 싶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애꿎게 자신의 취향을 매도당할 이유는 사실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접대’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크림이랑 설탕 없이 무슨 맛으로 커피를 먹으라는 거여?” Credit: unsplash via Pixabay.

해결책을 제시하자

만약 우리 카페에 그 음료를 만들 재료가 없다면? 그러니까 카라멜도, 헤이즐넛도, 화이트 초콜릿은 물론이고, 블렌딩 모카 마저 없다면? 고객을 되돌려보낼 것인가? 아니, 해결책을 제시해줘야만 한다. 모든 종류의 플레이버를 제공하고 또한 모든 상황에 대처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바리스타로서는 그렇게 많은 시럽의 리스트에 기대어서도 안될 일이다. 그러니 대안책을 제시하다. “저희가 향신료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초콜릿은 있습니다. 대신 아이스 모카 한 잔 만들어 드리면 어떠실까요?”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300개 넘는 향신료를 다 갖출 수는 없다. Credit: marinatemebaby via Pixabay.

어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다른 것은 전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 음료를 만들어줄 수 없다면, 땀 흘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회를 얻었다면, 당신의 카페가 어떤 카페인지 설명해보자. 고객에게 왜 당신의 카페에서 휘핑 크림과 특정 시럽을 준비하지 않았는지를 말해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이러한 열정과 장인정신과 스페셜티 열풍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에게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친절이 최선.

하루가 돌아볼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존중받고 대접 받고 싶은 지를 알게 된다.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친절했다면, 당신이 고객들의 요청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오늘 하루 당신이 그들을 위해 했던 작은 성의를 분명히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태 그들이 좋아해온 음료의 더 나은 버전을 깨닫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발견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당신이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지한 커피 러버들에게 고고한 스페셜티를 깨우쳐주기 위해서인가? 그저 당신이 사랑하는 커피를 그들도 좋아했으면 하기 위함인가? 그냥 멋있어 보여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객이 찾아주지 않는 카페는 이 모든 목적에 모두 빗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엣헴, 하고 고객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원하며 들어왔다면 더더욱 말이다.

고객이 다시 방문해주기만 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새로운 커피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게 손을 내밀 기회는 오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선은 친절하게, 그들이 당신을 믿고 커피를 기꺼이 사랑할 수 있게끔 여유를 가져보자. 혹시 아는가? 그들의 맛의 감각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길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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