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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론칭하는 한국 블루보틀에 있는 것 그리고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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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그날이 왔다. 4월이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달이었다면, 5월은 단연코 블루보틀임을 증명하는 날.

2019년 5월 3일 오늘, 서울 성수동은 현재 블루보틀 앞에 선 줄로 실시간 중계대상이 되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우며 전세계 커피매니아들에게 사랑 받은 블루보틀은 전세계에 미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 문을 열었다. 단 3개국에만. 미국의 57 점포와 일본의 11개 점포는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에스프레소보다 푸어 오버 방식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블루보틀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바리스타뉴스는 한국 블루보틀에 있는 것, 그리고 없는 것을 정리했다.

블루보틀 성공의 법칙 7

있는 것 1. 로스터리, 48시간 이내의 원두를 즐길 수 있는 이유 

이번에 오픈한 1호점인 성수점에는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와 트레이닝 룸이 갖춰져 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본사에서 일괄적인 로스팅을 내보내는 시스템과는 사뭇 다르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두 개 층을 사용하는 성수점의 1층에는 로스터리가, 실제 손님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지하 1층에  마련되었다. 블루보틀의 상징은 푸른 병과 대비되는 빨간 벽돌 건물에 들어선 블루보틀 성수점은 일본 건축가 조 나가사카가 설계했으며, 자연광이 인상적인 따뜻한 공간감을 준다. 바로 블루보틀의 공간철학인 따뜻한 미니멀리즘이 반영되었다.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한 잔에 10여 분 이상의 정성을 들여 내려주는 프리먼식 커피를 위해 마련된 이 로스터리는 “내 커피는 매일 더 좋아져야 한다”는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의 고집스러운 완벽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임스 프리먼은 개인 워크숍 공간을 만들어 지금도 커피를 직접 만들고 있다. “블루보틀이 구사하는 최고의 첨단 기술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그의 철학은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는 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블루보틀을 성장시켜왔다.

 

있는 것 2. 트레이닝 룸, 블루보틀의 자산은 바리스타

마이클 필립스와 함께 한 오픈 하우스 _블루보틀커피코리아 인스타그램 제공

트레이닝 랩에서는 바리스타 교육과 시음회를 진행한다. 블루보틀은 모든 바리스타가 창립자인 제임스 프리먼 앞에서 시연을 해야만 한다는, 철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모든 바리스타는 3개월마다 재교육합니다. 항상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죠.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 매일 나아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이고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목표입니다.” 블루보틀 CEO 브라이언 미한의 말이다.

블루보틀이 내세우는 핸드 드립 방식은 특별한 기계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바리스타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특징을 가진다. 제임스 프리먼은 물 붓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며 블루보틀만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연구했다. 블루보틀의 커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 블루보틀의 바리스타 교육은 6개월 가량 진행되며, 3개월마다 모든 바리스타는 재교육을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성수점이 위치한 서울 성동구는 블루보틀코리아와 상생 협약을 맺고 주민과 상인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협약은 지역공동체 상생발전을 위한 것으로, 성동구는 블로보틀커피가 추진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블루보틀커피의 브라이언 미한 대표이사는 “한국 진출을 위해 2015년부터 성수동 지역을 주목해 왔다.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있는 것 3. 커피 장인들이 내려주는 슬로우 커피, 기다림의 끝은 정성 가득한 브랜드 경험

블루보틀을 가장 블루보틀답게 하는 것, 바로 슬로우 커피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창업 초기부터 고집했던 것, 샌프란시스코의 벼룩시장 한 켠에서 한 잔 한 잔 드립커피를 내리던 그 방식은 오늘날도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2분이면 완성되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핸드 드립 방식은 푸어오버 과정에서만 10분 가까이 소요된다.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를 저울에 달고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 정성스럽게 푸어 오버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이 방식은 이제 블루보틀의 특징이자 블루보틀 커피에 신뢰를 부여하는 독특한 서비스가 되었다.

블루보틀이 사용하는 원두는 산미가 강한 것이 특징. 푸어 오버 방식으로 드립한 커피에서는 특유의 원두향을 그대로 느끼면서 그야말로 제대로 된 스페셜티를 맛볼 수 있다.

이번 개점을 맞아 블루보틀 채용 사이트를 통해 뽑은 20명의 한국인 바리스타를 포함한 25명의 커피 장인들이 내리는 커피를 마시려면 주문부터 마시기까지 약 15분이 소요된다. 다른 매장과 비교하면 대기 시간이 최대 10분 이상 차이 난다.

 

있는 것 4. 특별한 드리퍼, 오직 커피만을 위한 기술

사진=Saaleha Bamjee

핸드 드립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블루보틀만이 가진 것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MIT와 공동제작한 전용 드리퍼. 이제 블루보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 하얀 핸드 드리퍼는 3년 전만 해도 없었다. 시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 MIT와 협업해 공동으로 만들어낸 것. 일관된 맛과 시간 단축을 위해 블루보틀 연구실에 MIT 물리학자들이 자리 잡았다. 드리퍼의 구멍 크기, 각도 모두 연구 끝에 개발되었다.

커피 필터는 뜨거운 물을 부어도 냄새가 나지 않는 대나무 섬유로 만들어졌다. 이 종이 필터의 비밀은 하나 더 있다. 커피 필터의 주름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데에 일본 종이접기 전문가가 초빙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드리퍼만으로는 블루보틀의 커피 맛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블루보틀에서 판매되는 원두 패키지는 커피 가루의 산화를 막아 6개월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는 ‘퍼펙틀리 그라운드’로,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과 협업해서 만들어졌다.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는 것, 블루보틀의 철학 “매일 더 나아져야 한다”는 이런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있는 것 5. 매니아, 블루보틀 한국 진출의 일등공신

블루보틀은 왜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을 꼽았을까?

“블루보틀에 있어 한국 진출은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세계 어느 블루보틀 매장에 가더라도 한국인들은 항상 많았고, SNS 팔로워도 한국인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미국인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남다른 커피 사랑은 블루보틀에게는 일종의 의무감을 주었다.

오늘 오전 8시, 블루보틀이 문을 열 때 이미 2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전날 자정 무렵부터 줄을 선 열성 고객도 있다고. 블루보틀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5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했지만, 1호 구매자는 어젯밤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전 9시 무렵에는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루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SNS에는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으며, 네이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아침 일찍 블루보틀을 찾은 이들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부터 반차를 쓰고 온 직장인, 50대까지 다양했다.

 

있는 것 6. 에스프레소, 블루보틀만의 철학이 담긴 건 드립 커피만이 아니다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내세우지만, 블루보틀에는 에스프레소 메뉴도 존재한다. 라마르조코의 리네아PB로 내리는 에스프레소는모두 리스트레토로 제공된다.  블루보틀이 아직 골목 구석의 이름 없는 카페였을 때도 제임스 프리먼은 라마르조코의 리네아 머신을 고집했다. 커피머신 만큼은 당시 스타벅스가 사용하던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 것은 당시 블루보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한정된 예산이 허락하는 입지는 보잘 것 없더라도, 제품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머신만큼은 하이엔드를 사용한다. 커피의 품질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다는 것이 블루보틀의 철학. 커피 품질 이외의 부분은 모두 경쟁자들과 다른 노선을 고집한 블루보틀임을 생각하면 꼭 생각해볼 만한 부분.

블루보틀의 모든 샷은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보다 쓴맛이 덜한 리스트레토 샷으로 제공된다. 리스트레토 샷은 소량의 커피를 보다 짧은 시간에 추출한 커피로, 기분 좋은 신맛을 준다. 커피의 쓴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나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선호하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커피의 좋은 맛은 대부분 초반에 빠져나오기 때문에, 잡미나 쓴맛이 나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고객들은 블루보틀이 엄선한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의 좋은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없는 것 1. 와이파이와 콘센트, 기꺼이, 불편한 카페

출처: 블루보틀커피코리아 인스타그램

커피빈과 스타벅스의 승패를 가른 것은 와이파이를 내세운 공간사업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한민국은 어디에서나 쉽게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한국인에게 카페란 몇 시간씩 앉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작업을 하거나 충전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한국인 소비자들에게 블루보틀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카페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고객들이 커피,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무엇을 더할까보다는 어떤 것을 뺄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합니다.” 제임스 프리먼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와이파이는 주의를 분산시킨다. 휴대폰은 어른용 고무 젖꼭지다.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의미없이 6시간을 앉아있는 것보다 단 20분만이라도 좋은 커피와 정말 멋지게 보내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블루보틀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와이파이와 콘센트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에서 볼 수 있는 푹신한 소파도 없다.  80석 규모의 좌석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말 그대로 공간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커피, 그 경험을 파는 곳이라는 말이 와닿는 곳이다.

 

없는 것 2. 다양한 사이즈 없이도 괜찮아,자신 있게 한 사이즈만.

블루보틀 커피의 가장 유명한 점 중 하나는 바로 단일 사이즈. 스타벅스만 해도 short부터 benti와 해외의 trenta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1리터 커피도 한국에서는 왕왕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블루보클에서는 단 하나의 컵 사이즈만을 고집한다.

가장 맛있을 수 있는 사이즈, 바로 양이 아니라, 질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최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사이즈 하나만 제공함으로써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없는 것 3.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간결한 커피

블루보틀의 메뉴는 단촐하다. 지점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몇 가지 내외의 간결한 메뉴만을 제공한다. 블루보틀에서 만날 수 있는 음료는 엄선된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와 아이스 커피, 에스프레소 음료에  국한된다. 한국에서는 국내 파티시에 ‘메종엠모’와 협업해 만든 국내 한정 페이스트리 메뉴가 제공된다.

지금은 모든 매장에서 여덟 가지가 넘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을 다음 문구로 기억한다. ‘로스팅 48시간 이내의 원두로 여덟 가지 메뉴만 판매합니다’ 창업 초기에 활용되어 17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각인된 블루보틀 브랜딩의 효과다. 

다시 말해, 캐러멜 모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블루보틀에서는 바닐라, 모카, 캐러멜 등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순수한 커피(커피를 못 마시는 이들을 위한 핫 초콜릿은 제외)를 제공함으로써 커피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철학을 한국에서도 보여줄 전망.

중요한 것은, ‘엄선된 메뉴만 판매하는 전문점’이라는 사실. 블루보틀의 시그니처메뉴인 뉴올리언스 아이스커피는 성수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구운 치커리와 콜드브루 커피의 조합인 이 커피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블루보틀만의 맛을 보여줄 것이다.

 

지금 현재도, 블루보틀은 네이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루보틀코리아는 3일 성수점을 시작으로 올여름, 삼청동에 2호점을 오픈한다.  커피 업계에서는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만큼 한국 커피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 전주연 바리스타의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등극에 이어 국내 스페셜티 커피가 확대되는 추세에 서 블루보틀이 스페셜티 커피 보급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편, 블루보틀의 철학은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단발성 인기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렴 어떠랴,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대상이 아니라, 더욱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하는 대상으로서 점점 진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론칭 이후 여태까지 국내 커피 시장이 스타벅스를 기준으로 성장해왔다면, 이재는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카페가 주목 받고, 또 소비되고 있다. ‘겨우’ 카페 브랜드일 뿐인데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인기, 하루 온종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독차지 하고 몇 년 전부터 어디에 과연 들어오는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이 현상은 단순히 냄비효과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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