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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포터필터는 없었다, 이것은 기술인가 감성인가 – 라마르조코 KB90 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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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어제는 내 커피 인생 역사상 손에 꼽을 날이었다. 지난 2월 1일, 갑작스럽게 공개된 KB90의 영상을 보고 가슴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내 손으로 만져보기 전까지는 섣불리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라마르조코 코리아로부터 초대장을 받았을 때, 사심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그래서 어제인 2019년 2월 14일은 이미 나에게는 발렌타인데이(따위 개나 줘버렷…!)가 아니라 KB90데이였다. 새로 이전했다는 라마르조코 코리아의 새로운 쇼룸을 보는 것 역시 기대 요소였다. 지난 날 신사동 가로수길 쇼룸을 오르던 내 다리들, 여태껏 나를 거쳐갔던, 아니 내가 거쳐왔던 리네아 클래식, FB80, GB5… 리네아 PB가 천천히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 리네아 PB는 여전히 나와 함께지만.. 여튼.

 

새 술은 새 부대에…? 아니, 새 머신은 새 건물에 – 라마르조코 코리아의 새 쇼룸

논현동에 위치한 라마르조코 코리아 정문. 정문에서부터 라마르조코의 상징, 사자들와 거대한 파사드가 위엄을 드러냈다. KB90 맨투맨을 입은 채 촬영에 열중하는 라마르조코 코리아 직원이 찍고 있는 것은…?

이런 곳에 쇼룸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는 곳에, 거대한 사자와 엄청난 존재감의 파사드를 가진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늘 사람으로 북적이던 신사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논현동 골목 안에 들어선 멋진 건물은 정말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놀라운 상징들로 가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서 본 것 같다, 낯익다 했더니 지난 번 KB90기사와 라마르조코 인스타그램에서 KB90의 배경이었다. 그저 KB90만 보고는 해외 어느 멋진 곳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서울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바깥에서부터 느껴지는 라마르조코의 위엄이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외관을 찍고 있던 직원을 만났다. KB90이 크게 새겨진 맨투맨을 입은 직원을 보자니, 카페쇼에서 느꼈던 젊음이 팍팍 느껴졌다.

KB90 홍보를 위한 이 사진은 다름아닌 서울 라마르조코 코리아 본사를 배경으로 했다 _ 사진 제공: 라마르조코 코리아

이 날은 아쉽게도, 2층에 자리하고 있다는 쇼룸을 제외한, 1층의 행사장에서만 머물렀다. 언제든지 방문은 환영이라고 하니 다음 번에 2층 쇼룸에서 여유있게 머신들을 둘러보고 직접 시연해보리라. 이번 행사가 열린 1층은 마치 잘 꾸며진 카페를 연상케 했다. 통유리 너머로 먼저 온 사람들이 보이고, 한쪽은 북카페 콘셉트로 꾸며져 프리젠테이션을 준비 중이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머신 위로 가림막이 쳐져 있고, 한쪽에서는 라마르조코 코리아가 준비한 다과와, 웰컴 패키지를 즐길 수 있었다.

 

간단한 리셉션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도 반가워, KB90.

 

KB90를 최초로 소개하다

간단한 다과와 네트워킹 후, 라마르조코 코리아 이승우 이사의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이 프리젠테이션에서는 KB90의 개발 스토리와 주요 성능 등이 소개되었다. 라마르조코 코리아의 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 중계도 함께 진행되었다.

KB90의 스팀 플러싱 기능 – 자동 세척 시스템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라마르조코 코리아 이승우 이사

그간 바리스타뉴스에서도 KB90의 기능에 대해 이미 소개한 바 있듯, 이날 소개된 주요 기능은 ‘스트레이트-인 포터필터’, ‘스팀 플러시’, ‘드립 프리딕션’ 등이었다. 특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끝 것은 역시 ‘스트레이트-인 포터필터’. 알려진 바대로 바리스타의 손목 부담을 줄이는 획기적인 체결 방식으로 시간 단축 및 작업 동선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기술이다. 말과 그림을 보고 있자니 더 빨리 손에 쥐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 같이 차고 올랐다.

라마르조코 KB90 기능 프리젠테이션은 논현동으로 이전한 라마르조코 코리아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관련 기사:  이것은 차라리 혁명! 역사를 새로 쓸 커피 머신이 나타났다!! 라마르조코, KB90 공개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 라마르조코 관계자들이 말하는 KB90 스토리

스팀 플러시 기능은 라마르조코 코리아가 공개한 내용 중 ‘자동 세척 시스템’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추출을 끝내고 포터필터를 분리하면, 스팀과 온수가 그룹헤드를 청소해준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사용할지 사용하지 않을지를 선택해 설정할 수 있다. 매번 그룹헤드를 청소하기 위해 물을 흘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끌어냈다.

인스타그램에서 #라마르조코 를 검색하면 각양각색의 머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머신 커스터마이징은 대세가 되었다.  이번 KB90은 그 점을 잘 포착한 것이 눈에 띈다. 패널은 하나의 철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파트마다 도색하기 쉽게 설계되었다. 이미 각국 라마르조코 지사들은 국가마다의 개성을 살린 커스텀 KB90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우리는 라마르조코 코리아만의 독특한 인상을 가진 KB90를 만나볼 수 있었다.

 

드디어,  KB90를 영접할 시간…!

짧은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앞쪽 통유리로는 햇살이 들고, 바 뒤쪽으로는 대나무가 멋드러진 커피 바 위에서, 드디어 KB90가 그 베일을 벗었다. 박수 소리마저 터져나오지 않았던 것은… KB90가 가진 첫인상에 대한 경외심이었다고, 감히 포장해 본다.

라마르조코 코리아 한정판 커스텀- 블랙& 화이트로 멋을 냈다.
라마르조코 KB90 론칭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기능을 시연해보고 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 돌아왔다! 프리젠테이션에서의 기능 혁신, 이미 유튜브에서 몇 번이고 돌려 본 영상을 보는 것도 신나고 설렜지만, 아마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을 가장 기다렸을 것이다! 한 줄로 서서 KB90을 직접 시연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KB90 티셔츠를 맞춰 입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스트레이트-인 포터필터는 호환 가능한 시스템인가? 

– 체결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므로, 기존 포터필터와는 안타깝게도 호환이 불가하다. 그러나 리네아 PB의 설계를 계승한 부분이 많아 새로운 기술적 진보에 비하여 딜러나 테크니션이 갖춰야 할 추가적인 부품의 종류는 줄었다.

드립 예측 기술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가?

– 기존 리네아 PB 스케일의 내장 스케일이 개선된 형태로 적용되어 최종적인 커피의 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케일이 옵션 사항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중요한 기술적 진보 사항이 있다면?

– 일반 소비자들보다 테크니션들이 더욱 환영할 만한 사항은 바로 스팀 시스템 수리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었다는 점. 기존 머신은 수리를 위해 분해가 필요했지만, 이번 KB90 모델은 스팀 노브 부분에서 바로 분리하여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정시 출시는 어떻게 되는가?

– 올 상반기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물론 KB90의 시연 및 문의는 그 이전에도 라마르조코 코리아 본사에서 가능하다.

 

바리스타 뿐만 아니라 카페 운영이나 추후 에프터서비스 부분에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많이 묻어났다. 과연 라마르조코는 감성과 기술을 한데 가진 머신이라는 점에 또 한 번 감동이 밀려왔다.

강력한 스팀 기능은 변치 않았다. 특히 스팀 완드는 스트라다, 레바와 같이 쿨터치 시스템으로 손에 닿아도 데일 염려가 없다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최근 유행하는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을 열고 닫는 느낌이 들었다. 포터필터를 장착할 때의 충격으로 채널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묻어두어도 좋겠다. 생각보다 스무스하고, 기존 체결 방식 이상의 부담은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추출 후 시작되는 스팀 플러시, 스팀 분사 후 온수로 한 번 더 그룹헤드를 청소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인 포터필터는 말 그대로 혁신적이었다. 오랫동안 몸이 기억해 온 익숙한 동작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고, 부담도 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참가자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도, 역시 편하고 빠르다는 데엔 동의와 함께 감탄을 마지 않았다. 모두가 엄지를 들며 칭찬한 부분은 역시 스팀 플러시- 자동 세척 기능. 포터필터 분리 후 자동으로 분사되는 스팀에 걱정마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마치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드디어 공개된 KB90를 담기 위해 참가자들이 각자의 카메라를 들었다
더 오래 느껴보고 싶었지만, 대기줄이 너무나 길었다는 것은 함정.

언뜻 봐도 5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줄지어 머신을 조작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깔끔하고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사전에 초대를 받은 소수의 참가자들만이 참가하는 행사였고, 실제 참가자들은 대부분 라마르조코의 딜러나 공식 협력사, 명망 있는 로스터리와 카페 바리스타들이었어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카페쇼에서의 북적거림은 덜했지만, 진지하게 새로운 기능과 질문들이 이어지는 영양가 있는 시간이었다.

애초에 공지되었던 행사 시간이 한참 남아있길래 현장에 있던 라마르조코 코리아 직원에게 혹시 다른 행사가 남았는지 물었더니, 한 분 한 분 자세히 시연해보실 수 있게끔 넉넉하게 잡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과연…! 한 번 끝까지 남아 있어 보았더니, 라마르조코 코리아의 테크니션이 직접 머신의 열어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협력사 테크니션들을 위해 손수 스팀 시스템 수리 요령 등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시연해주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라마르조코 코리아의 특별 커스텀, 화이트&블랙의 KB90가 공개되었다.
직접 라마르조코 KB90 시연을 해보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맛있는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새로운 혁신이다. KB90가 가진 엄청난 기술력과 거기에 깔려 있는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 커피와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에 정말이지 한 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혁신은 아무래도, 이번 행사가 펼쳐진 라마르조코 코리아 본사. 늘 카페쇼에서 만나왔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귀 기울여준 점에 대해서도 감명을 받았다.

2012년 이래 가로수길에서 많은 이들을 맞아 준 라마르조코 코리아는 이제 새로운 건물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라마르조코 90년 장인정신과 열정의 결정체, KB90이 있다. 마치 이 건물이 KB90를 위한 팝업스토어인 양 현대와 과거, 기술과 감성이 공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나와 나의 카페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이런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다음 번 방문에서는 더욱 자세한 내용들을 알아보고, 또한 라마르조코 머신의 향후 미션들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변화하는 한국 커피 사업과 시장에서 언제나 그랬듯 선도하는 자리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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