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핸드드립’은 이제 끝일까? 바리스타들이 말하는 커피머신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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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파사데나(California) 피츠 커피(Philz Coffee)에서 바리스타는 조심스레 캐니스터에 종이 필터를 끼운 후 그 위에 분쇄 원두를 담는다. 한쪽 팔을 머리 위로 올린 후 온수를 부으며 서서히 팔을 내린다.

그는 고객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면서 추출한 커피를 젓는다. 약 4분 후 커피가 완성된다.

그곳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매장에서는 커피가 나오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고객과 바리스타는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지 않는다. 이 매장은 최근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배치브루(Batch Brew) 커피 메이커를 재도입했다.

*배치 브루: 대용량으로 필터 커피를 추출하는 기법

배치 브루 커피 메이커

지난 10여년간 핸드드립은 실력 있는 바리스타라의 필수 소양이었다. 핸드드립의 느리고, 인간적인 특성은 제3의 커피 물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카페들이 ‘효율성’, ‘일관성’을 논하며 머신의 장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인텔리젠시아의 최고 경영자 James McLaughlin은 “많은 고객이 자신만을 위해 만든 커피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커피 한 잔 때문에 5~7분씩 기다리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핸드드립 애호가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핸드드립을 명상에 비유하는 블루보틀(Blue Bottle)의 설립자 James Freeman은 배치브루 커피 판매를 검토 중이라 말했다, “지옥이 얼어붙으면 스케이트라도 타야죠(역주: 불가피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그것에 대처해야 한다라는 의미).”

최근 Nestle에 블루보틀의 지배지분을 매각한 Freeman은 푸어오버 머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주문을 받은 즉시 원두를 분쇄하고, 온수를 붓기 때문에 전통적인 핸드드립 방식이 가장 신선한 커피를 만든다고 말한다.

유명 카페에 자동화 바람이 부는 것은 시간문제다. ‘비어봇(beerbot)’이라고 불리는 최신기술 맥주 양조기는 자가 양조를 자동화했다. 캘리포니아의 Mountain View의 한 피자 배달 업체에서는 로봇이 피자를 만든다. CaliBurger는 Flippy라는 로봇이 50개 매장의 그릴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의 Café X는 로봇팔을 사용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를 만든다. (아직 라테아트는 무리다)

경제적으로는 당연한 결정이다. 배치커피 머신은 1시간에 100잔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반면, 바리스타는 같은 시간에 9잔밖에 만들지 못한다.

월드 브루어스 컵 챔피언 출신 전직 바리스타 Matt Perger는 “모든 업계가 자동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바리스타들은 아직 머신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커피 교육이다.

드립커피는 1900년대 초반 독일 커피 회사 멜리타 벤츠 (Melitta Bentz)가 종이 필터를 개발하면서 탄생했다.

2008년경 미국의 소규모 커피 체인들이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저항으로 드립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세련된 카페들이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면서 스페셜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덩달아 핸드드립 커피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G&B 커피와 Go Get EM Tiger의 공동소유자인 Kyle Glanville는 한때 핸드드립 애호가였다. 그는 “기계보다는 손수 추출한 커피가 더 맛있고, 낭만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Glanville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매장을 모두 배치브루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핸드드립은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할 때가 많다. 바리스타를 비롯해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번 잔과 바로 다음 잔의 맛이 다를 수 있다.

그는 “한 가지 임무만 잘 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로봇은 주의를 잃기 쉬운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라고 덧붙였다.

Arlette Keyes는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기 위해 앞서 말한 인텔리젠시아 매장을 석 달에 한번씩 찾는다. 하지만 보통은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서 커피를 산다. 아침 5시 45분에 동물보호소로 출근하는 그녀는 최대한 빨리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 그녀는 “출근 시간에는 내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모드바 푸어오버 시스템

Keys같은 손님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일부 카페들은 푸어오버 장비를 사용 중이다. 스텀프타운(Stumptown)은 작년에 전통적인 핸드드립 방식을 버리고 푸어오버 머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바리스타가 더 여유로워지기 때문에 페이스트리를 가져오거나 다른 손님을 도울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스텀프타운이 사용하는 모드바(Modbar) 푸어오버 시스템의 장점이다. 모드바는 온도, 유속 및 기타 설정을 통해 일관된 드립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텀프타운의 마케팅 디렉터 Mallory Pilcher의 말에 의하면 푸어오버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이후로 고객을 더욱 신속히 응대하고, 더 많은 커피를 판매하게 되었다. 그는 “25명 이상의 손님이 줄을 서 있을 때는 핸드드립을 하기 힘듭니다.”

핸드드립 애호가들은 제대로 된 핸드드립은 커피의 맛과 질감을 더 풍성하게 끌어내 준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평온함을 전달하는 의미가 더 크다.

Colectivo (위스콘신과 시카고에 17개 매장이 있으며,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한다)의 마케팅 부사장 Scott Schwebel는 “과거에 집착하는 꼰대처럼 보이기는 싫지만,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편리하고, 빠른 경험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핸드드립에 몰두한 블루보틀 도쿄의 한 바리스타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는 피츠 커피의 CEO Jacob Jaber는 “자동화 및 스피드의 시대에 고객을 느긋하게 만들고, 현재에 집중하게 해줄 무언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피츠 커피를 방문해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던 오클랜드의 웹 개발자 Gary Zhao(27)는 3년 전 친구의 소개로 핸드드립 커피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핸드드립은 맛의 편차가 크고, 바리스타가 가끔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괜찮습니다. 그들도 사람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원문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Is the ‘Pour-Over’ Over? Baristas Say Coffee Machines Have Their Pe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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