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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커피 농장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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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 전역의 커피 농부들에게는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그렇다. 지금은 수확기다. 그런데 커피 농부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농장마다 특유의 방식과 전통이 있겠지만 필자는 코스타리카 Tarrazu에서 Miriam의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반적인 수확기 동안의 하루를 관찰하였다.

 

오전 5시 20분, 기상

Miriam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전날 준비해 둔 가요삔또(Gallo Pinto, 팥밥에 달걀과 채소를 곁들여 만든 코스타리카 전통음식)가 담긴 냄비를 스토브로 데운다. 동시에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물 끓는 소리에 남편 Manuel과 딸 Maria Jose, 아들 Kristian이 일어났다.

오전 5시 30분, 아침 식사 후 출발

Miriam의 가족은 부엌 한쪽에 있는 작은 원탁에 둘러앉아 가요삔또, 계란 후라이, 그릴에 구운 치즈, 토르티야로 아침 식사를 한다. Miriam은 코스타리카 전통 추출 도구 초레아도르(Chorreador)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영롱한 물이 검은색 커피로 변하며 졸음을 쫓아낼 진한 향기를 낸다.

다들 부츠를 신고,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게 작업 복장을 갖춘다. Miriam은 딸에게 모기 퇴치 크림을 찾아 준다. 화상과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목덜미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에 손수건을 얹고 모자를 쓴다. 그리고 카나스타(canasta)라는 바구니를 챙겨 트럭 뒤에 올라타면 아침 수확을 위한 준비가 끝난다.

 

오전 6시, 작업 시작

Miriam의 가족이 농장에 도착했을 때 나뭇가지에는 여전히 새벽이슬이 맺혀 있다. 근처 도로에 주차하고, 이미 준비를 끝낸 한 무리의 농부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수확기에 부족한 일손을 보태줄 사람들이다.

작업자들은 각자 커피나무 하나의 열(calle)을 배정받는다. 이것은 일종의 불문율로서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자들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다. 참고로 수확한 커피의 양만큼 일당이 지급되는데 잘 익은 체리가 많은 열을 배정받을수록 일당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둘러 싼 갈등을 없애기 위해 열은 무작위로 배정한다.

각 열의 폭은 (지역, 품종, 농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m 정도다. 수 대째 이어져 온 농장의 경우 열이 명확하지 않다. 다행히 Miriam의 농장은 60년 이상 된 나무를 제거하고, 열을 분명히 나누는 등 재정비를 거쳤다.

오전 10시 30분, 식사

일을 일찍 시작한 만큼 밥도 빨리 먹는다. 최근 엄마에게 점심 준비 역할을 이어받은 Maria Jose가 “Comida(밥)!”이라고 외치면, 모두 작업을 중단하고 올라와 200년 된 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한다. 오늘의 메뉴는 바나나 잎에 싼 토르티야, 쌀, 콩, 프라이드 플랜틴, 달걀 등이다.

 

오후 2시 30분, 일당 지급

점심 후에 다들 자신의 열로 돌아간다. 웃음 가득한 대화와 간간히 갖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속에서 카나스타는 신선한 빨간 커피 체리로 채워진다. 가득 찬 카나스타는 포대에 비운다. 작업자들은 모두 덜 익은 체리와 커피 품질을 떨어뜨리는 불순물을 담을 작은 가방도 들고 다닌다.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Ya, vamos!”라는 소리가 들리면, 모두 포대를 들고 언덕을 올라온다. 오늘의 수확은 여기까지다. 이제 일당을 받을 시간이다.

수확한 체리를 까후엘라(Cajuela)라는 도량형 상자에 붓는다. 여기에는 대략 10~12kg의 커피 체리가 담긴다. 이 과정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정성스럽게 진행된다.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와 수확량을 측정하고, 큰소리로 외친다. Kristian이 앉아서 각자의 이름 옆에 수확량을 기재한다. 오늘의 우승자는 20 까후엘라를 수확한 Ana Lucia이다.

수확한 커피 체리의 수량을 모두 측정하고 나면, Miriam은 Kristian의 기록에 따라 일당을 지급한다. Tarrazu 지역의 평균 임금은 카후엘라당 미화 2달러다.

 

오후 3시 30분, 가공

Miriam의 가족은 2년 전 마이크로 습식 도정 시설을 설치했다. 너무 작아서 농담처럼 ‘초미니 습식 도정 시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농장에서 수확한 커피 체리를 현지 협동조합에 맡기는 대신 직접 허니 프로세스 방식으로 가공하기로 했다.

깔때기가 달린 기울어진 대야(Basin)가 있는 뒷마당에 트럭이 들어온다. 그들은 커피 체리를 파네가(20 카후엘라 용량의 박스)에 붓는다. 무게로 치자면 1파네가의 용량은 대략 200~230kg이다. 1파네가의 커피 체리는 가공한 생두 45kg과 같다. 오늘 수확량은 5.5 파네가다.

트럭의 커피를 모두 비우고 나면, Maria Jose는 대야 안의 수도 꼭지를 튼다. 이 물은 파이프를 통해 순환해 프로세싱 과정 동안 재사용된다. Kristian과 Miriam은 Chancador라는 펄핑머신 근처에서 커피콩이 나오는 것을 모니터한다. 펄핑머신은 점액질을 남긴 상태로 커피 과육을 제거한다.

깔때기와 펄핑머신을 연결하는 파이프가 있다. 커피 체리가 펄핑머신으로 가는 과정에서 체리는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나눠진다. 가벼운 결점두나 무거운 자갈 및 흙은 체리와 분리되어 각기 다른 두 개의 다른 파이프로 흘러 들어간다.

반면, 상태가 좋은 체리는 펄핑머신을 통과한다. Miriam은 머신 앞에 앉아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커피 껍질을 집어낸다. Kristian은 펄핑된 커피를 건조상(Drying bed)으로 옮긴다.

Manuel은 2주간 건조한 커피콩은 거두고, 덜 건조된 커피콩은 햇볕에 잘 노출되도록 고르게 잘 펼쳐준다. Manuel은 잘 건조된 커피콩부터 덜 건조된 순서로 작업을 진행한다 (가족원들이 돌아가며 하루에 4번 진행). 건조된 커피콩이 다시 눅눅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후 6시 30분, 일과 마무리

해가 질 때쯤 Miriam은 다시 부엌으로 가 저녁을 준비한다. 도정 시설 청소는 이미 끝낸 후이다. Manuel과 Kristian은 커피 과육을 모아 트럭 뒤에 실었다. 이것은 유기농 농약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런데 과육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다음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최대한 빨리 뒷마당에서 치웠다. Manuel과 Kristian이 돌아오면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밥을 먹으며 각자 그날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공유한다.

모두 샤워를 마치고, Miriam과 Maria Jose가 다음 날 아침 및 점심 준비까지 끝낸 후에야 불이 꺼진다. Miriam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한창인 저녁 8시쯤 잠을 청한다. 그녀의 가족은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언급된 인물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원문 출처: https://www.perfectdailygrind.com/2018/02/day-coffee-producers-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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