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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쓴맛은 꼭 나쁘기만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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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쓰다’라는 말은 끔찍한 단어가 되었다. 맛있는 커피는 밸런스 잡힌 단맛이 (그리고 약간의 신맛이) 나기 때문에 굳이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커피가 쓴맛이 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쓴맛이라는 것이 늘 그렇게 나쁜 것일까?

 

쓴맛은 나쁘다?

쓴맛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커피에 쓴맛이 전혀 없다면 너무 시거나 달다고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밸런스다. 약간의 쓴맛은 다른 플레이버를 보완해 맛의 다채로움을 보장해 준다.

그 점이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너무 신 커피보다는 너무 쓴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커피의 필수 성분인 쓴맛에 대한 반발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쓴 추출이 나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 과연 쓴맛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나치게 쓴 커피를 지양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맛있는 커피에는 설탕이 필요없다.

쓴맛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쓴맛이 나는 무언가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쓰다고 느낀 음식이나 음료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쓰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즉, 맛의 인지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쓰다’라는 경험은 단순히 맛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플레이버는 향, 감정, 음악, 태도 등을 포함한 수많은 요소들의 복합적인 결과다. 이것에 대해 말하자면 길어지니 일단은 맛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자 이제, 과학적으로 무엇이 커피의 쓴맛을 유발하는지 살펴보자.

 

쓴맛의 과학

한때 ‘혀의 맛 지도’라고 해서 단맛, 신맛, 쓴맛을 감지하는 부분이 나누어져 있다고 배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혀의 모든 부분에서 플레이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혀의 감각세포에는 다수의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약 35개의 단백질이 음식 안의 화합물과 반응해서 쓴맛이라는 경험을 만들어 낸다.

결국, 커피의 쓴맛은 ‘페놀 화합물(phenolic compounds)에 달려있다. 페놀 화합물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이다. 페놀 화합물은 아라비카 생두의 건조 질량의 최대 8%를 차지하며, 커피의 관능적 요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종류의 클로로젠산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두 종류이다. 생두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5-카페오일퀴닉산(5-caffeoylquinic acid)과 커피의 쓴맛과 관련된 di-CGA이다. 커피의 쓴맛의 대부분은 클로로젠산에서 나오지만 화합물과 플레이버의 관계를 연구하는 Q-그레이더 Verônica Belchior는 카페인도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화합물은 클로로젠산과 카페인이다.

유난히 쓴 생두

커피의 쓴맛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로스팅을 떠올린다. 그런데 다른 품종보다 쓴맛을 낼 가능성이 더 큰 품종의 커피가 있다.

우선,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더 쓰다. 클로로젠산과 카페인 함량이 더 많아서다. 로부스타 안의 클로로젠산은 건조 질량의 최대 10%를 차지한다 (아라비카는 2%). 카페인 함량도 아라비카의 두배에 달한다.

품종만이 쓴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2006년 Adriana Farah와 Carmen Marino Donangelo는 <식물 생리학에 관한 브라질 저널(The Brazilian Journal of Plant Physiology)>에 커피의 페놀 화합물에 대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품종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 성숙도, 어느 정도의 환경 조건, 농법 등이 생두의 클로로젠산 성분을 경정하는 주요한 요소다. 이것은 최종 음료의 성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Adriana Farah와 Carmen Marino Donangelo는 가공법, 특히 ‘몬순(monsoon) 방식’에 주목했다. 생두를 우기의 습한 바람에 노출하는 것은 인도의 전통이다. 이렇게 하면 클로로젠산과 쓴맛이 감소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 체리의 성숙도에 관해 Verônica Belchior는 “예를 들어, 덜 익은 커피콩은 클로로젠산 함량이 높습니다. 이런 생두가 많이 섞이면 최종 음료에서 강한 쓴맛이 납니다”라고 설명한다.

대체로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더 쓰다.

 

로스팅이 쓴맛을 배가시킨다?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젠산은 분해되기 시작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클로로젠산이 커피의 쓴맛의 원인이지만 클로로젠산 자체는 원래 쓰지 않다.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젠산 락톤(chlorogenic acid lactones)과 페니린덴(phenylindane)으로 분해되면서 써지게 되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권위자 Thomas Hofmann 박사는 2007년 페니린덴이 쓴맛을 유발하는데 페니린덴의 양은 로스팅 프로파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라이트부터 미디엄 로스팅까지는 Hofman 박사가 묘사하길 ‘기분 좋은, 커피스러운 쓴맛’을 내는 클로로젠산 락톤 함량이 페니린덴의 함량보다 더 많다. 로스팅이 다크해질수록 페니린덴 함량이 클로로젠산 락톤 함량보다 많아져서 ‘텁텁한 쓴맛’이 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라이트부터 미디엄 로스팅까지는 커피 고유의 아로마와 플레이버가 살아있는 약한 쓴맛이 날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쓴맛은 사람의 혀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다크 로스트의 쓴맛을 싫어한다고 내 친구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로스팅 과정에서 쓴맛이 강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쓴 추출(brew)을 피하는 법

그렇다면, 만약 라이트 로스팅한 고품질 아라비카를 사용한다면 커피에서 쓴맛이 나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반인이든 바리스타든 추출하는 사람에 따라 컵의 최종 맛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쓴맛을 피하기 위해서는 과다 추출을 지양해야 한다. 참고로, 추출 후반부에 쓴맛이 증가한다. 추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추출 방식, 분쇄도, 물 온도, 추출 시간 기타 등등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우선, 어떤 추출방식을 이용하던 권장 분쇄도를 따르자. 원두가 잘게 분쇄될수록 커피의 접촉 면적이 넓어지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플레이버를 끌어낼 수 있다 (핸드드립의 경우 추출 시간도 길어진다).

다음으로 할 일은 물 온도를 점검하는 것이다. 물이 뜨거울수록, 더 효율적으로 플레이버 및 아로마 화합물을 추출할 수 있다. 인상을 찌푸러질 정도로 커피가 쓰다면, 물 온도를 낮춰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추출 시간도 살펴보자. 추출을 너무 오래 하면 커피가 써질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추출은 이런 모든 요인의 균형을 맞추는 섬세한 작업이라는 점이다. 분쇄도라는 하나의 요인을 조정하면, 추출 시간이라는 다른 요인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론

쓴맛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쓴맛이 커피의 다른 플레이버를 덮어버린다면 문제다. 다행히 쓴맛의 화합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쓴맛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지식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잘 활용해서 적당한 쓴맛이 나는 균형 잡히고, 다채로운 플레이버의 커피를 만들기를 바란다.

 

원문 기사 출처: https://www.perfectdailygrind.com/2017/12/bitterness-coffee-always-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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