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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으로 커피의 신선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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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카페에 가서 바리스타에게 빈티지 커피를 주문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2013년 파나마 게이샤 혹은 2015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샤샤 세스틱(Sasa Sestic)의 카보닉 메서레이션 프로세싱 커피를 주문한다. 아니면 2018 브라질 컵오브엑설런스(Brazil Cup of Excellence) 우승 커피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기준에 따르면, 로스팅 후 몇 년이 지난 커피를 마시면 컵에서 퀴퀴한 향이 나고, 생기가 없다. 그런데 냉동한 커피라면 어떨까? Ona coffee가 커피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연구 중인 방법으로,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George Howell은 일찍이 그 가능성을 엿보고, 2001년부터 신선함과 플레이버 보존을 위해 생두를 냉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 Re:co에서 2012~2013년부터 얼려 두었던 생두들을 선보였다. 냉동으로 커피의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방문객들에게 “이 커피들은 진작에 수명을 다하고 땅에 묻혀야 했을 녀석들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냉동되어 있었던 덕에 아주 신선했다.

캐나다 스쿼미시에 위치한 1914 Coffee Company의 Mike Champman은 수년째 냉동 커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Mike는 2년 넘게 100종류 이상의 커피를 냉동해 왔다. 현재 Ona Coffee는 호주 로스터들이 비슷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Ona Coffee 연구개발 팀 소속 Hugh Kelly는 “커피를 얼리는 건 꼼수도, WBC 트렌드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냉동은 커피의 향미를 보존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등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냉동

Hugh는 커피를 냉동하는 것은 로스팅한 커피, 즉 원두의 세포벽 구조(cell wall structure)을 얼리는 것이라 말한다.

Ona에서는 커피를 적당양씩 진공 포장해 -32~-86°C  온도에서 보관한다.

Huge는 “커피를 얼마나 오래 냉동보관 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커피를 냉동하면 세포 활동이 완전히 멈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커피가 최고의 맛을 내는 순간 얼려서 그 맛을 잡아둘 수 있으며, ’산패’라는 오래된 문제도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Hugh는 얼린 커피를 냉동고에서 꺼냈을 때 중요한 것은 곧바로 그라인딩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커피는 극도로 변동성이 크고, 세포 구조는 아주 빠르게 변합니다.  즉시 그라인딩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변질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커피는 실온에서 더 유연하고, 작은 가루로 분쇄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런 커피를 따뜻한 그라인더로 분쇄하면 더 많은 정전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냉동된 커피의 경우는 분자 구조가 완전히 달라 훨씬 쉽게 분쇄된다. 또한, 표면에 생성된 소량의 물방울이 정전기 축적을 상쇄한다.

-86℃처럼 극도로 낮은 온도에 저장돼 있던 커피는 분쇄된 후에도 호퍼에 들어갈 때와 다름없이 차갑다. 블레이드가 커피를 빠르게 조각 내기 때문에 그라인딩 과정에서 열에 의한 데미지는 최소화된다.

Hugh는 “실온의 커피를 분쇄했을 때와 가장 큰 차이는 (냉동 커피의 경우) 입자가 전체적으로 가늘고 곱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얼린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려면 분쇄도를 좀 더 굵게 맞춰야 한다. Ona Coffee의 트레이너 Matthew Lewin의 말에 따르면, 실온 보관 커피와 냉동 보관 커피를 동일한 레시피로 추출하면, 냉동 커피가 더 맛있다고 한다.

Matthew는 “냉동 커피는 맛이 더 선명합니다. 커피를 얼리면 더 많은 플레이버와 높은 수율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더 신선하고, 달콤하고,  깔끔합니다”라고 말한다.

 

변수

진공 포장된 커피 백을 냉동고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수많은 변수가 맛에 영향을 준다. 잘못하면, 우울한 결과를 얻게 된다. 잘하면, 한층 부드러운 플레이버가 혀에 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Hugh는 “(온도) 변수를 잘 통제하지 못하면, 생각지도 못한 맛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실내 온도, 커피와 접촉하는 호퍼 및 식기의 온도, 벤치에 커피를 30초 동안 두는 행위 외에도 기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정량의 원두를 진공포장 백에 담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야 여분의 원두가  호퍼로 들어가면서 생기는 변수를 막을 수 있다. 진공 포장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산패의 주범인 원두 표면의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제거해야 한다.  또다른 팁으로, 함께 로스팅한 커피는 동일한 냉동고 선반에 보관해야 한다. 선반의 높낮이에 따라서 온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

Hugh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가변성에 대해 배웠다. 2017년 서울에서 열린 WBC 결승전을 2주 남기고, 자신의 에스프레소가 예측하기 힘들정도로 변동성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좋다가도, 다음날은 그렇지 못했다.

대회 첫날 1위에 올랐지만, 본선 파이널 이후에 5등으로 떨어졌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Hugh는 나중에야 자신의 커피가 산패(또는 숙성)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회 3일차, 그의 커피의 신선도는 이미 정점을 한참 지나 있었다.

Hugh는 “커피의 산패를 더 잘 통제했더라면, 첫날과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에 저는 커피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쇄 커피의 품질과 플레이버를 향상하기 위해 냉동 커피를 사용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 때 이후로, 그의 동료 Matthew는 커피가 산패되는 것을 막기위한 방법을 찾는데 매진하고 있다.

 

실험

해답을 찾기 위한 Matthew의 노력은 업계를 가리지 않았다. 극저온 냉동 같은 의료과학 기술을 연구하고, 참치 어부, 스시 요리 등 식품업계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블랙 트러플을 냉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셰프, Heston Blumenthal에게 일년 내내 트러플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86℃까지 도달할 수 있는 극저온(Ultra Low Temperature, UTL) 냉동고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드라이아이스는 -73℃, 상업용 냉동고는 -30℃가 한계다.

원두를 곧바로 ULT 냉동고에 넣어 얼릴 수 있다면, 냉동된 커피를 바로 그라인더에 넣어 분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Ona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두 단계로 나뉜다. 1) 우선 급속 동결기(blast chiller)로 냉동하기, 2) ULT 냉동고에 보관하기.

“원두는 신속하게 얼릴수록 좋습니다. 냉동 과정에서 작은 얼음 수정막이 형성되며 커피의 세포 활동을 중단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수정들이 녹으면서 커피를 눅눅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테이크가 해동될 때 얼마나 눅눅해지는지 생각해보세요.”

급속 동결은 단, 10~15분이면 끝난다 . Matthew는 Fushan Cup에서 스테이지에 냉동고를 둘 수 없었기 때문에 이 프로세스를 활용했다. 그는 대회 전에 빈을 급속 동결기로 얼리고 당일 그것을 해동시켰다.

두 번째 냉동 단계에서 커피는 ULT 냉동고로 옮겨진다. Ona Coffee가 ULT 냉동고 안에 커피를 가장 오래 보관했던 기간은 4개월이다. Matthew는 그때가 커피의 향, 질감, 플레이버가 가장 “인상적”인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론상으로는 ULT 냉동고에 커피를 수년간 보관하면서도 90%의 오리지널 플레이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더 테스트해 볼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플레이버가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커피를 냉동하는 것이다. Matthew는 “어떤 커피는 로스팅 후 9~10일 지나야 잠재된 플레이버를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 밀봉해야 최상의 플레이버를 묶어둘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냉동 덕분에 바리스타가 게이샤같이 귀한 고가의 커피를 최상의 상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은 가격이나 플레이버 측면에서 큰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스페셜티 커피 경험 및 고객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변수를 완벽히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의 커피 경험은 그저 그런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변수를 일관되게 통제하는 것은 대단히 여렵지만 냉동을 이용하면 예측 불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완벽한 맛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10달러짜리 고급 커피를 파는 일도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계기

Matthew는 지난 2년간 커피를 냉동하고 있다. 2017년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십 결승전에 참가했을 때 그는 Hugh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당시 Hugh는 액체질소를 사용해 스테이지에서 커피를 얼리고, 훌륭한 맛을 끌어냈다. 이것을 계기로, Matthew는 커피를 냉동하는 것의 이점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소비자는 물론, 커피 생산자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Matthew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을 견지해야 합니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기후변화에 직면한 커피 농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확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커피를 제공할 수 있고, 수요가 적다고 멀쩡한 커피를 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유통 기간도 늘어나고요. 이제 우리에게 통제력이 생긴 것입니다.” 

 

원문 출처:https://www.beanscenemag.com.au/big-freeze-theres-no-longer-barrier-coffee-fresh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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