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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커피비즈니스에 가져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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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스타

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두고 후보들끼리 설전을 벌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한 후보는 정부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다른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며 각을 세웠다.

구체적인 정책 대결이 펼쳐질 거라 기대했지만, 서로 맞다 아니다만 따지다가 알맹이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나는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뭔데?’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정의와 양태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도 아닌 내가 ‘4차 산업혁명은 000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제조업, 유통업과 만나 발생하게 되는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일컫는다.

 예컨대, 미래의 냉장고를 상상해 보자. IOT와 빅데이터가 일상화된 미래에는 당신이 냉장고 문을 언제, 몇 번 열었는지 등의 데이터가 모두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야식을 먹기 위해 새벽 1시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면 담당 주치의와 헬스 트레이너에게 잔소리 문자가 날아온다. 반면, 마케팅 업체들은 이때다 싶어서 각종 야식 메뉴를 추천한다. 사회복지사들은 며칠째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은 집이 없는지 체크해 고독사를 예방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을 읽어보시길…

4차 산업혁명이 커피 산업에 가져올 변화

이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커피 업계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우선 로스터들은 모두 농장과 직거래로 커피를 구입할 것이다. 농장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산지에 직접 갈 필요가 없다.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주문이 완료되고, 모든 배송 과정 역시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하다. 단순한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안의 온도와 습도까지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배송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품질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더 이상 30년 된 로스팅 장인이 설 자리는 없다. 로스터기에 원두를 부으면 즉각적으로 원두 상태를 분석해 클라우드 서버의 프로파일 중 가장 적합한 또는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추천된다. 로스팅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기능이 되어버렸다. 물론 제조사별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조금씩 다르다. 이제 로스터들은 ‘어떤 브랜드가 최고다’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보자,

점심 식사를 거의 마쳤고, 입가심으로 커피가 당긴다. 스마트폰 앱은 당신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30m 반경의 00커피의 플랫화이트를 추천한다. ‘주문하기’를 누르니 ‘5분 후에 출발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매장 상황과 거리를 고려해 ‘기다리지 않고 커피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알려 준 것이다.

 

그렇다면 카페는?

바리스타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대부분 고객은 앱을 통해 미리 주문한다. 그렇지 않은 고객도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빅데이터에 기반한 취향 분석이 완료되기 때문에 손쉽게 메뉴를 추천할 수 있다. 사실, 이제 바리스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음료를  직접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 머신은 완전 자동화가 되었다. 에스프레소, 라테는 물론 웬만한 시그니처 음료는 모두 버튼 하나로 준비 가능하다. 머신의 재료가 떨어지지 않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아,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가져갈 때 미소와 함께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머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자. 이제 에스프레소 머신은 실내 온도와 습도, 원두의 상태를 고려해 최적의 분쇄도와 추출 시간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마치 PID 센서가 온도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신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레시피를 한 번만 입력하면, 일관된 맛으로 100잔이고, 200잔이고 만들 수 있다.

바리스타들은 더 이상 음료 제조 스킬에 연연하지 않는다. 기계가 채워주지 못하는 휴먼 인터랙션(human interaction)이 그들의 경쟁력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기술 발전에 따라 육체적인 노동의 가치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결국, 기계나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인간 노동자의 숙명이다.

커피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통과 판매를 중심으로 하던 비즈니스모델은 점차 쇠퇴할 것이고, 제품의 퀄리티는 상향 평준화 될 것이다. 따라서 가격과 품질 중 무엇 하나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인간의 창의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커피를 팔더라도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어떻게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daveramsey.com/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갔던 카페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새로 생긴 예쁜 카페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너무 늦게 간 바람에 마감 준비가 한창이었다. 머신 청소도 끝났고, 호퍼도 비어있었다. ‘다음에 올게요’라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사장님이 ‘손님, 잠시만요’하고 내게 뭔가 건넸다. 일부러 가게에 찾아와 준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기 미안하셨는지 ‘케익 한 조각’을 정성스레 포장해 주셨다. (고개를 들어 사장님 얼굴을 보니 ‘사람 좋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순간 느꼈다, ‘이 카페는 5차산업 혁명까지는 끄떡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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