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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 과정과 물경도가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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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ka Fekete 박사는 정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특정 물질이 첨가되거나 제외될 경우 커피의 맛과 프로파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한다.

한 봄날 아침 필자는 여유롭게 마룬다 저수지(Maroondah Reservoir, 멜버른 북서쪽 야라밸리 인근의 청정한 호수) 주변을 20km 정도 산책했다.

투명한 호숫물이 뛰어들어 헤엄치라고 손짓하는 듯했지만 삼엄한 경고 표지를 보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곳은 멜버른에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급수원으로 관계 당국에서 최선을 다해 보호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주는 상수도 시설이 뛰어나다. 그런데도 물을 안전하게 마시기 위해서는 여전히 정수처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각의 정수 과정은 커피 추출에 사용될 물맛에 영향을 끼친다.

정수 시설은 대부분 저수지 인근에 있으며 현지 상수도 회사가 운영한다. 모든 필수적인 정수 과정은 거기서 진행된다. 정수 후 식수를 공급하는 일은 복수의 리테일러가 도맡는다.

 

플록(Floc)이란?

정수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점토 입자, 식물 잔재, 미생물 등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물질은 대부분 필터로 거를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것이다. 또한 음전하들이 이런 물질들이 뭉치는 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물에 알루미늄염 같은 양전하 화학물을 첨가한다. 물이 중성화되면, 입자들이 서로 들러붙어 플록이 형성된다. 플록은 필터로 쉽게 걸러낼 수 있다. 황산알루미늄 성분이 물에 남아있지만, 이것은 맛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염소(Chlorine)는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다음 단계는 살균으로, 염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염소는 물에서 차아염소산(hypochlorous acid)이라고 불리는 약산성 물질을 형성해 세균을 죽인다. 중요한 것은 정수 후에도 소량의 염소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수인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잔존 염소는 신체에 완전히 무해하지만, 맛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 물에서 염소 농도가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만큼의 염소가 필요한지는 수원의 수질, 운반 시스템, 그리고 개별 가구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에 따라 다르다. 최대 허용치는 5 ppm으로 신체에 완전히 무해하다. 멜버른에서 0.03~0.3 ppm 정도의 낮은 농도의 염소면 충분히 살균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맛으로 느낄 수 없는 수준). 하지만 퍼스(Perth)에서는 0.5~1.5 ppm이 필요하다 (수영장의 염소 농도보다 아주 약간 낮은 수준). 그리고 염소의 맛은 물 온도가 높을수록 더 강하게 느껴진다.

 

식수에 첨가되는 다른 물질들

충치 예방을 위해 식수에는 플루오라이드(Fluoride)가 약 1 ppm 농도로 첨가된다. 플루오라이드의 역효과를 둘러싼 오랜 루머에도 불구하고, 60년 이상 축적된 증거를 보면 플루오라이드는 무해하고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주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가 2017년 7월에 발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플루오라이드를 첨가하면 성인 충치 발생을 27% 줄여주지만, 물맛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염소와 플루오라이드 첨가물은 물의 pH 농도를 약간 낮춘다 (즉, 산성을 약간 강화한다).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석회, 가성 소다 같은 소량의 알칼리 나트륨 또는 탄산 나트륨을 첨가한다.

 

 

 

 

물경도

정수의 결과 중 하나는 수도꼭지에 닿는 물의 특성이 지역을 불문하고 표준화된다는 것이다. 침전물 및 유기물은 걸러지고, 중금속 수치는 엄격히 억제되며, 미생물은 염소를 통해 제거된다.

반면, 물경도는 위생적인 차원에서 통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경도는 수원의 독특한 특성으로 남아있는다. 참고로 경도는 물과 (칼슘, 마그네슘, 탄산염 등이 풍부한) 미네랄과의 접촉에 의해 높아진다.

집수지의 자연환경에 따라 물경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호주 물경도 지도를 보면, 빅토리아와 태즈메이니아의 물이 가장 소프트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서부 및 남부의 물은 경도가 가장 높다. 물경도 데이터는 같은 주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달라진다. 주요 도시들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호바트(Hobart)의 GH는 겨우 10 ppm을 넘는 수준이지만, 브리즈번(Brisbane)과 애들레이드(Adelaide)는 거의 100 ppm에 달한다. 캔버라(Canberra), 시드니(Sydney), 다윈(Darwin)은 그 중간 정도다.

서부, 남부, 퀸즐랜드 지역의 물은 짠맛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TDS가 높다. 그런데도 올해 퀸즐랜드주 투움바(Toowoomba)는 호주에서 물맛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참고로, 작년의 우승자는 태즈메이니아주 배링턴(Barrington)이었다. 물맛 심사위원들은 커피 테이스팅과 마찬가지로 플레이버휠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물이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여러 지역에서 수돗물로 커피를 추출해보고, 무기질 함량을 최척화 하는 등)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칼슘, 마그네슘, 중탄산염 등은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도가 요구된다. 물 안의 미네랄 성분이 부족하다면 커피의 맛이 단조롭거나 허전할 수 있다. 반대로 미네랄 성분이 과도하면, 맛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에도 치명적이다. 그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경수는 머신에 스케일 형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정수를 거쳐 경도를 낮춰야 한다.

정수 과정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제 알게 된 만큼 저수지에서의 수영은 재고해 봐야겠다. 상수원의 물은 굉장히 소중하다. 한 방울의 물은 수도꼭지를 닿기도 전에도 ‘정수’라는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Dr. Monika Fekete는 호주 커피 사인언스 랩(Australian Coffee Science Lab)의 설립자이다.

 

원문 출처: Beanscen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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