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

브루잉할 때 산미를 조절하는 방법

Google+ Pinterest LinkedIn Tumblr

by  김커피

스페셜티 커피와 소규모 카페가 번성하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커피 맛을 단순히 ‘쓰다’가 아닌, ‘산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산미 만큼 커피 업계에 있어 의견이 갈리는 단어도 없을 듯 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뭐랄까, 톡 쏘는 듯한 신맛을 의미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고품질 커피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시큼한 커피는 당연히, 불쾌하다. 그렇지만 생생하고 신선하며, 복합적인 산미는 과일향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래서 커피 전문가들과 스페셜티 커피 구매자들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이다. 쉰 음식과 과일의 신맛이 같지 않음을 떠올리면 좋겠다.

커피를 내릴 때, 원두 본연의 과일향의 산미를 끌어올리거나, 메스꺼울 정도의 시큼한 향을 피하기 위해서 당신도 해볼 만한 조절 방법이 있다. 신화당을 넣는 것 같은 긱은 아니니 걱정 말고 읽어보시라.

 

네 원두를 알라

어떻게 하든, 이미 당신 손에 든 커피에 있는 특징을 두드러지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는 마법사도, 연금술사도 아니다. 당신이 내리는 모든 커피의 맛은 사실, 원두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다. 분명 같은 원두인데, 다른 머신을 사용했을 때 혹은 다른 바리스타의 손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이엔드 머신일수록 커피의 맛을 감출 수가 없기에 싸구려 원두는 더더욱 사용해서는 안된다. 손으로 직접 브루잉하는 경우, 바리스타의 기술에 따라 다양한 맛을 드러낼 수도, 감출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 손에 쥔 바로 그 원두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드 빈(hard bean)인지, 소프트 빈(soft bean)인지 체크해보자. 보통 커피는 4,000~4,500 피트에서 자라는데, 하드 빈은 5,000피트(약 1,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생산된다. 특히 과테말라의 화산지대는 고도가 높아 하드 빈이 경작되기 좋은 환경이다. 고지대의 비교적 낮은 평균 온도가 커피를 천천히 자라게 만들면서, 밀도가 높고 단단해진다. 이는 곧 좋은 맛으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원두가 더욱 단단할 수록, 더 짙은 과일향과 산미를 갖기 쉽다.

하드 빈 중에서도 다시 3가지의 단계로 그 종류를 나누는데, 가장 높은 등급이 Strictly Hard Bean, 즉 SHB로 표기하는 최상급 커피이다.

원두 처리 공정에 대한 것들도 체크해보자. 웨트/워시드(wet/washed), 내추럴/드라이(natural/dry), 혹은 허니/펄프내추럴(honey/pulped natural)인지 말이다. 커피 체리 과육을 벗겨 원두를 채취하는 과정은 커피의 풍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내추럴과 허니 공정이 잘 처리되었다면, 당도가 높고 보디감이 돋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워시드 공정은 보다 깔끔한 프로파일을 필요로 하는데, 보다 다층적인 산미가 빛을 발하게끔 한다.

관련기사: 커피 체리 가공 방식이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 Part 1. 내추럴(건식) 

                      커피 체리 가공 방식이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 Part 2. 워시드(습식) 

이제, 로스팅을 체크해볼 차례다. 강배전, 중배전 혹은 약배전인지 알아보자. 강배전일수록, 커피 본연의 맛보다는 로스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매우 다크한 로스팅은 더 쓴맛을 내는 반면, 약배전일수록 커피 본연의 산미를 더욱 드러낸다.

내추럴, 허니, 워시드, 그리고 로스팅된 원두들 Credit: Ana Valencia for Behmor

물: 커피의 98%

너무 당연하게도, 커피의 94~98%는 물이다. 바리스타 뉴스에서도 여러 번 다룬 적 있지만. 커피의 맛은 보통 어떤 물을 썼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를 만큼, 수질은 늘 중요한 주제다. 기본을 생각해보자. 경수인지, 연수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경수는 특히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미네랄 함량이 높다. 반면 연수의 경우 미네랄 함량이 경수에 비해 낮다.

지난 7월 바리스타뉴스에서 소개한 카페 오너와 바리스타가 수질에 관해 알아야만 하는 것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 물 속에 함유된 마그네슘은 산뜻한 과일의 산미와 섬세한 맛의 추출에 도움을 준다.

커피 로스터이자 분자생물학자이며 화학자인 Thomas Chendler는 탄소가 산의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물 속에 탄소가 많을수록 브루잉에서 산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탄소의 이런 기능 덕분에 물 속의 어떤 복합체라도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못하게도 할 수 있다. 반대로, 연수는 나트륨이 풍부해 산미를 더욱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연수가 항상 더 낫다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연구결과(Christopher Hendon, a chemist from the University of Bath, and Maxwell Colonna-Dashwood)에 따르면,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물일 수록 더 많은 산성을 포함해 다양한 풍미를 표현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리스타 캠프 2015에서 Colonna-Dashwood도 이런 성질의 물이 더욱 나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느 장단에 우리는 춤을 춰야 할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꽤 기술적이면서도 동시에 모순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가 집에서 커피를 내리든 카페에서 브루잉을 하든, 우리는 이러한 정보들을 스스로의 브루잉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참고해볼 수는 있다. 만약 커피가 흐리멍텅하고 생기가 없는 것 같다면, 분명 원두가 가지고 있을 것임에 분명한 산미를 발산하지 않는다면, 혹은 너무 시게 나온다면 이것은 원두 자체나 당신의 브루잉 기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된다. 일단 물을 바꿔보는 것이다. 정수 필터를 사용해보고, 생수를 사용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자.

맑고 고운 소리 – 신선한 커피 붓는 소리!.

 

산미를 조절하려면 커피 레시피를 뒤집어보자

물이 커피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커피와 물의 조화는 그 맛을 결정한다. 다시 말해, 당신이 어떻게 이 둘을 조합하느냐가 그 브루잉의 맛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물과 커피의 만남은 추출로 이어진다. 커피 향이 천천히 퍼지면서  원두의 아로마가 물과 엉킨다. 커피와 물의 양, 브루잉 시간, 커피의 분쇄도, 물의 온도, 그리고 이 조합 모두가 영향을 끼친다. 이것을 단순히 ‘진하다’, ‘연하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다양한 맛과 아로마는 매번 다르게 추출될 수밖에 없다.

추출 초기에 더 산뜻한 산미를 얻을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 단 맛과 밸런스가 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쓴 맛의 차례다. 다시 말해 과소추출은 더 신 맛을, 과추출은 더 쓴 맛을 낸다는 의미다. 당연히, 우리는 커피의 황금율을 얻고 싶다. 당도, 밸런스, 바디감, 그리고 우리의 취향에 완벽한 수준의 산미까지 말이다.  

 

분쇄도와 추출

실제로, 모든 레시피나 프로파일을 충족하는 분쇄도는 없다. 하지만, 브루잉에 있어서 산미를 더 풍부하게 혹은 약하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법칙은 있다.

분쇄도가 굵으면 입자의 표면적이 적으므로 추출수율이 낮아진다. 추출수율이란, 맛과 아로마가 추출되는 속도를 일컫는데, 브루잉 시간에 따라 다르며, 물과 원두 가루의 무게 및 추출 시간에 좌우된다. 즉 분쇄도가 거칠수록 더 산성도를 높이며, 더 고운 분쇄도는 넓어진 표면적으로 인해 더 많은 맛을 커피로부터 끌어내어 신맛 외의 다른 맛- 단맛, 심지어 쓴맛까지 뽑아내게 된다.  

맛의 추출 순서를 다시 생각해보자. 추출 초반에는 신맛이, 중반에는 단맛, 마지막에 쓴맛이 드러나는 순서를 분쇄도 조정으로 신맛만을 빨리 추출해버리는 것이다. 거친 입자로 톡 쏘는 산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인데, 만약 너무 거칠게 분쇄할 경우엔 제대로 된 커피의 아로마나 풍미 대신 시큼한 맛만 남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조정하기 나름이다.

더 높은 산미를 원한다면? 분쇄도를 거칠게, 산미를 줄이고 싶다면, 고운 입자로 분쇄한다.

당연히, 분쇄도는 다양한 변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상적인 분쇄도는 또한 원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강배전된 원두의 성분은 더욱 잘 용해된다. 그러니까. 추출도 빨리 된다. 그러니 강배전인 경우에는 거친 분쇄가 더 적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기사: 원두가 갖고 있는 맛을 최대한 많이 추출하는 방법 

분쇄도로 커피의 맛을 조절할 수 있다. Credit: Nicholas Yamada

 

추출시간, 추출, 그리고산미

커피 추출에 있어 또 하나의 큰 요소는 바로 브루잉, 혹은 접촉 시간이다. 브루잉을 오래할 수록 더 많이 추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좋아하는 원두와 질 좋은 물, 그리고 이상적인 분쇄도까지 갖췄는데도, 이 커피가 너무 시거나 혹은 너무 밍밍한 맛이 난다면, 브루잉 시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baristahustle(Surface Area and Time)에 따르면, 분쇄도는 무엇이 추출되는가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언제 추출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거친 입자의 원두에 긴 시간을 들인다면, 산미를 높일 수 없을 것이다. 고운 입자의 원두를 가졌다 하더라도 추출 시간을 짧게 잡으면, 신맛이 강조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갈아버린 원두라든지, 집에 그라인더가 없어서 구입처에서 홀빈을 살 수 없었다든지 하는 더이상 분쇄도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브루잉 시간 혹은 추출 시간을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원하는 정도의 산미를 도출해낼 수 있다.

산뜻한 산미의 커피에 과일향 스콘을. Credit: Ana Valencia for Behmor

산뜻한 산미를 위해 물의 온도를 활용해보자

물의 온도 역시 추출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BSCA 인증을 받은 스마트 커피 브루어  Behor Brewer는 1°F 단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는 산미, 당도, 그리고 커피의 맛의 정도를 정확히 콘트롤할 수 있다.

더 뜨거운 물일 수록, 커피의 성분이 더 빨리 추출된다. 온도가 낮으면 맛과 아로마의 추출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특정 온도에서는 추출되지 않는 몇몇 성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콜드브루에서는 산미가 덜하고 더 달콤하며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볼 수 있다.

온도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이 모든 맛의 결과는 온도와 분쇄도, 추출 시간,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의 상호작용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Behor Brewer의 설계자이자 Behmor의 창립자, CEO인 Joe Behm은 더 높은 온도와 더 짧은 추출 시간을 결합하는 것을 지지한다. “브루잉할 때 산미를 뻬내려면, 더 높은 온도에서 해서 산미를 빠져나오게 해요. 95ºC에서 96ºC 범위에서 말이죠.”

커피에서 쓴맛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어떤 사람들은 온도가 낮은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양질의 물이라면, 91ºC 보다는 94ºC에서 더 산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Joe의 의견이다.

나만의 커피를 브루잉한다는 것에서 가장 멋진 일은,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원두를 가지고서라도, 원하는 산미의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약간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해보면 매 순간 내가 원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당신만의 커피 레시피를 도전해보자. 다양한 타입의 물과 온도로 실험해보자. 1도의 차이로도 커피의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간단한 원리, 커피가 추출되는 순서, 과학, 화학의 영역을 공부하자. 지금 손에 쥔 바로 그 원두가 가진 가장 향긋하고 신선한 산미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바리스타뉴스는 커피 전문 웹 매거진입니다. 국내외 커피 이슈는 물론, 각종 커피상식, 카페운영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바리스타뉴스 컨텐츠의 무단 배포 및 수정, 복사를 금합니다.

1 Comment

  1. Pingback: 최고의 커피를 위한 완벽한 물은 존재하는가? | 바리스타뉴스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