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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당신에게는 이런 게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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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이제 가정용 커피 머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품목이 되어간다. 필립스나 브라운의 커피메이커만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제 21세기로 넘어와야 할 것 같다. 네스프레소를 선두로 일리, 돌체구스토가 캡슐커피 시장을, 10만원을 전후하는 가격의 저가 에스프레소 머신부터, 신혼 살림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드롱기나 아스카소 같은 에스프레소 머신도 흔해지고 있다.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들도 가정용 머신을 속속 내놓고 있는 걸 보면, 이제 커피는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다. 당장 인스타그램을 열어 #홈바리스타 , 혹은 #홈카페 를 검색해보기만 해도 에스프레소는 이제 가정에서도 흔한 음료가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제대로 된 (카페에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질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50만 원 이하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그보다 적은 가격의 머신은 값싼 부품과 내구성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평균 이하의 에스프레소와 끔찍한 스팀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1년 넘게 제대로 구동될 가능성은… 손에 꼽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제대로 분쇄할 수 있는 그라인더를 갖추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만 원 이하의 머신을 찾아냈다면- 중고라면 아마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파격 세일을 했다거나.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 이런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분들에겐, 이 글은 의미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iStock)

주의: 진짜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는 분들만 읽으시오

“나는 15만 원 짜리로도 좋은데?” 하는 분들은 이대로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이 글은 저가 머신들을 무턱대고 손가락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짜 진지하게, 시리어스하게,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담은 에스프레소를 원하는 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한 글이니까, 집에서 가볍게 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캡슐 커피를 마셔도,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해도, 10만 원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1년만 쓰셔도 좋다.

에스프레소를 안정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온도는 92-96°C 사이이다.  제대로 된 스팀을 분사할 수 있도록,  준상업용 혹은 상업용 등급으로 고안된 기본적인 부품들은 스틸, 구리, 황동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것이 저가 머신과 고급 머신의 차이이다. 당장 마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커피 머신을 떠올려보라. 주요 부품들이 플라스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품질의 부품들은 테크니션이나 스스로 고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다시 말해 일회용이 아니라 언제든 수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대부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신이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 부품들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을 잊지 말자.

50만원 +α: 한두 명이 마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정도는 무난.

50만 원 이상의 머신들은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드롱기부터,  호주의 브레빌Breville, 크룹스Krups, 세코Saeco 등이 있다. 물론 다양한 머신들이 더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 구입 가능한 머신들로 꼽아 보았다. 물론 이 브랜드에서도 200만 원 이상 호가하는 머신들이 나오긴 한다. 가정용이 200만 원이 넘는다고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하이엔드급 머신들은 그보다도 훨씬 비싸니까.

기본적으로, 이 가격 대의 머신들은 너무 싼 부품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리하게 되면 비싼 점, 5년 이상 사용하기에는 불안정하다는 점이 약점이다. PID콘트롤러가 있는 모델들만이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솔직히 이 가격대에서는 기본적인 에스프레소를 한동안 즐기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손님이 왔을 때 서너 잔 이상의 커피를, 그것도 스팀이 풍성하게 올라가는 라떼나 카푸치노를 연속으로 추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후의 간단한 티 타임을 원하시는 분들은 괜찮을지 모르나, 카페에서 즐기던 전문적인 수준의 스티밍이라든지, 연속적인 추출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캡슐 머신을 권하고 싶다.

PID가 도대체 왜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이 기사가 도움이 될 것 같다:  간략히 살펴보는 PID의 역사

50만 원 부터 250만 원 사이의 머신을 산다는 것은 사실(냉정하게 들릴 지 몰라도), 퀄리티 있고,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스팀과 에스프레소가 있는 세상에서는 동떨어진다는 것을 유념할 것.

(홈바리스타도 스팀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사진 출처: 구글)

당신이 프로슈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로슈머prosumer: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소비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특정 기능이 있는 기기를 달라고 요구할 만큼 지식이 있는 소비자(professional + consumer). 본인이 사용하고 가능하면 판매도 하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사람(producing + consumer), 기업이나 업계와 함께 제품의 문제 해결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향후 문제를 예측하는 소비자(proactive + consumer)

최상의 추출과 스팀을 갖춘 머신들은 보통, 열선을 내부에 갖춘 단일 보일러 혹은 듀얼 보일러를 갖고 있다. 보일러를 두 개나 가진 이유는 뭘까? 바로 스팀과 추출의 온도가 확실히 다르고,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각각의 기능에 충실한 보일러 덕분에 앞서 말한 대로 92-96°C 사이에서 유지되는 추출 보일러와, 120°C 이상으로 유지되어 계속 스팀을 확실히 분출할 수 있게 고안된 스팀 보일러는 서로 문제 없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팀을 얼마든지 뽑아도, 추출 온도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러니까 집에 몇 명의 손님이 오더라도, 그들이 뭘 주문하더라도 자신만만하게 쫀쫀한 질감의 완벽한 라떼아트도, 최적의 온도를 가진 아메리카노도 문제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예산. 보일러가 둘이라는 것은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그만큼 무시못할 장점들이 많아진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기본적인 싱글 보일러로는 전술한 대로, 두 가지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스팀 온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 머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5-50초 정도 걸린다. 상업용 머신이 아니니까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만약 압도적인 추출과 스팀 기능을 자랑하는 듀얼 보일러의 대안을 굳이 찾는다면, 열교환 방식의 보일러를 갖춘 머신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보일러들은 항상 스팀 온도를 유지한다. 커피 추출에는 너무 뜨겁겠다고? 이 방식을 통한다면 큰 보일러가 빠르게 신선한 물을 보일러를 통과하는 열교환기(파이프)를 통해 커피 온도로 데워준다.

커피 보일러의 원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기사를 읽어보면 좋다.

관련기사:  에스프레소 머신 메커니즘의 이해 ③: 보일러

세상에 같은 머신은 없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머신은 무엇일까?

로우엔드 프로슈머인 당신: 50만 원에서 150만 원대를 찾는다면

250ml에서 500ml 사이의 적은 용량의 단일 보일러는 보톤 자동으로 물을 채워주는 센서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 말은 바로, 당신이 당신이 계속 이 녀석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한 마디로 손이 많이 간다. 그렇지만 용량이 작은 대신, 물을 빠르게 데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머신을 켜고 끄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매일, 그리고 종일 커피를 마시지 않고, 전기세를 신경 쓰고 있다면 이런 머신도 괜찮다. 예열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전기 소비량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정도 머신이면 ‘마이크로 폼’과 스팀을 연속적으로 빨리 만들어 내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 등급의 머신들이 가진 자동 온도조절장치의 범위는 약간 넓은 수준인데, 그래서 정확한 추출 온도를 원한다면 PID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 역시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므로, 여유가 없다면 너무 걱정하지는 말 것.

작은 용량의 보일러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머신은 한 번에 2잔 내지 4잔의 에스프레소 혹은 라떼만을 권장한다. 완벽한 수준의 커피를 원한다면 말이다. 물론 더 많이 생산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폼이나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얻기는 힘들다. 손님이 얼마든지 기다려준다고 한다면 문제가 없을 순 있겠지만,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는 장담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사무실에서 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요약: 이 예산은 이제 홈바리스타로서 막 출발하려는 새내기들에게 적정한 가격대다.

하이엔드 프로슈머인 당신: 160만 원에서 450만 원대

열교환기는 보통 ‘준상업용’ 머신에서 고려되는 사항인데, 로터리 펌프를 옵션으로 가진 것들은 메인 배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상업용 등급이 매겨진다. 이 정도 등급의 머신은 이제, 오토 리필 기능- 자동으로 물을 채워주는 기능이 가능하다. 프레셔 게이지와 보일러 그리고 수위 조절 센서가 있어서 필요시에는 알아서 꺼질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머신 소개에서 ‘siphon E-61 group head’라는 표현이라든지, 전자적 히팅 그룹과 1.5-3.5리터의 대용량 보일러를 기대할 수 있다. 이말인즉슨, 이제 당신은 열 안정성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등급의 온도조절장치는 꽤 믿음직하다. 가끔 하나의 보일러로 놀라운 스팀과 추출 밸런스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4리터 정도의 물탱크를 가진 모델로 실험한 결과 연속적인 추출이 무제한 가능한 경우도 있다. 1리터 용량의 피처를 완벽하고 쁘르게 스팀하는 데 회복 시간은 보통 40-60초 정도 걸린다는 결과도 있다. 말 그대로 그런 경우도 있다는 거니까 무조건 믿고 안된다고 말하기는 없기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비싼 머신도 많다. 바로 다음과 같은 수준을 가진 머신들 말이다.

(에스프레소 추출과 동시에 완벽한 스팀도 원한다면, 역시 듀얼 보일러가 답. 사진 출처: 라마르조코 홈)

하이엔드 받고 듀얼 보일러를 얹는다면: 240만 원에서 550만 원 대

아니, 가정용으로 쓰는데 굳이 듀얼 보일러까지 필요해? 라고 한다면 이번에도 지그시,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처음에 말한 바대로, 이 글은 가정에서도 카페 수준의 커피를 원하는, 정말 심각하게 홈바리스타로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 가벼운 티타임을 원한다면 정말 커피 메이커나 캡슐머신도 저렴한 가격에서 적절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하면 된다. 도대체 왜 커피 머신 따위가 그토록 비싼 건지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기사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하이엔드 머신은 왜 비쌀까?

이 정도 가격대에 올라오면, 듀얼 보일러가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제 듀얼 보일러는 반박의 여지 없이 안정성과 연속성에 있어 필수조건이라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머신의 설명에서 HX plus PID 같은 내용을 읽게 된다. 330-800ml 범위의 추출 보일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엄격하게 추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에 스팀 보일러는 900ml에서 2L 정도의 범위를  가지는데, 그 이유는 연속적으로 빠르게 스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단, 라마르조코의 GS3만은 유일하게, 거대한 보일러에서 제외된다. 대신 이 머신은 이 가격대에서 결코, 절대, 네버 만날 수 없다.

이 가격대 머신의 부정적인 면을 꼽아보자면, 열과 습기에 약한 전자장치들이 이제 아주 많이 붙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건 마치, 올드카를 돌보는 듯한 느낌과도 같다. 아주 작은 전자장치도 잘못될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상태로 잘 관리된다면, 고급 카페에서 마시는 최고 수준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와 마찬가지로, 불과 몇 초만에 온도를 올리는 듀얼 보일러로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고 멋진 스팀을 언제까지고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이 정도 가격을 주고 집에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물론 저가의 상업용 머신도 이 가격이면 살 수 있겠지만)을 들인다면, 열 명이 넘는 친구들을 집들이에 불러도 자랑스럽게, 정말이지 “이제 커피 마시러 카페 가지 말고 우리 집 와서 마셔~”라며 거들먹거려도 된다. 아니꼽게 생각하기보다 진심으로, ‘회사 앞 커피 보다 훨씬 낫잖아!’라고 생각할 친구가 한 둘은 분명 될 것이다.  아, 혹시 이 가격이면 상업용 사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절대, 당치도 않은 소리. 상업용 머신이 이 정도 가격대라면, 당신은 차라리 100만 원 이하의 머신을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고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연복이나 백종원이 쓰는 칼을 보면, 왜 고수가 좋은 장비를 가지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 가격으로 이미 입이 떡 벌어졌다면, 아직 이르다.

라마르조코의 GS3나 리네아 미니는 이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런데, 이 머신들은 가정용으로 고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용으로도 무난하게 쓰일 정도의 품질을 자랑한다. 머신이 비싼 건, 그냥 비싼 게 아니라는 말씀. 하지만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에초에 이 글은 적정한 예산과 용도에 맞춰 머신들을 소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네아 미니나 GS3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다음 기사를 참고할 것:

관련기사: 라마르조코의 새로운 귀염둥이 : 리네아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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