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 FOOD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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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ck White

이 글을 읽게 된 여러분들 중에는 누군가는 아마도, 최근 몇 년 새 카페에 갔다가 메뉴판을 두고 어리둥절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캐라멜 마끼아또라든지, 에스프레소 콘파나 같은 이름을 겨우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는데 플랫 화이트는 뭐고 롱 블랙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잘 알고 있는 라떼라든지 아메리카노가 부재한 경우마저 있다! ‘피콜로 라떼’를  보고 베지터와 손오공이 떠오른 것은 정말 나 뿐인 걸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눈치 빠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내 이름은 flat white에서 따 왔다) 그랬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바리스타뉴스의 이전 기사인 플랫 화이트에 관한 진실 을 읽어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것과는 달리, 플랫 화이트는 호주가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었다는 언급이 있다. 실제로 플랫 화이트를 가운데 두고 호주 사람들과 뉴질랜드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두 국가 모두 플랫 화이트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데다, 실제로 각자 다른 레시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쟁이 생기는 것 자체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플랫 화이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애초에 없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감히, 이 이름을 가진 죄로, 그 많은 전문가들도 있건만, 플랫 화이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적어도 내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자료와 지식을 총동원해서)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제 플랫 화이트를 맛볼 수 있는 카페는 곳곳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플랫 화이트를 두고 ‘작은 컵 라떼’라고 묘사한다. 이때에는 카푸치노의 풍성한 거품 대신 커피의 풍부한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 질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들어가는 에스프레소는 한 샷인가, 두 샷인가?
  • 제공되는 컵은 유리인가. 도기인가?
  • 정확한 사이즈는 얼마나 되는가?
  • 어디에서 유래하였는가?

 

플랫 화이트, 고향이 대체 어디야?!

앞서 말한 바 대로, 플랫 화이트의 고향은 커피 애호가들뿐 아니라 두 나라 간에도 큰 논쟁거리이다. 물론 오세아니아 주에서 온 것은 확실하지만, 호주인지 뉴질랜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호주인들은 확실히 호주의 것이라 주장하지만 뉴질랜드 인들은 그 뿌리가 뉴질랜드에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 충분히 대담하다면, 호주나 뉴질랜드 출신 바리스타에게 한 번 질문해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 끝은 장담하지 못한다.

최근의 흐름에서는 뉴질랜드가 이 논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 같다. 호주의 에스프레소 문화는 더 빨리 진화해서, 카푸치노나 라떼 같은 음료를 일찍 도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여전히 강한 롱블랙을 선호했고, 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뉴질랜드인들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그와 유사한 커피- 플랫 화이트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 우유가 적게 들어간 커피를 선호하는 경향이 촉발된다. 에스프레소의 강한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서도 크림 같은 식감을 함께 마실 수 있게 되면서, 플랫 화이트는  곧 호주와 뉴질랜드 커피 문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오세아니아의 이 음료는 바다를 건너 유럽과 미국 곳곳의 인디 커피 숍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일관된 레시피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모두들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고, 만들고, 마시고 있지만 누구도 같은 레시피를 경험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플랫 화이트의 정의는 무엇인가?

처음 나에게 플랫 화이트를 만들어 준 바리스타는 이렇게 말했다. “호주식 라떼예요.” 서너 번째 만난 바리스타에 따르면, “작은 잔에 담긴 라떼랄까요.”

나의 최고의 의문은 플랫 화이트, 카푸치노, 라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였다. 다들 알다시피, 에스프레소와 스팀 밀크, 그리고 거품이 이 세 음료의 공통조합이니까. 처음에는 담기는 잔으로 구분한다. 라떼가 일반적으로 8온스짜리 큰 컵, 카푸치노는 6온스 정도의 컵에 담긴다. 플랫 화이트 역시 6온스 정도의 잔에 담기는데, 그보다 조금 작을 때도 있다. 유리잔에 제공될 때도 있다.  ‘작은 잔에 담긴 라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카푸티노와 라떼는 원 샷 혹은 투 샷의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전통에 따르면, 플랫 화이트는 투 샷을 제공한다. 반면 호주에서는 원 샷 선택도 가능하다고. 어떤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더블 리스트레토를 고집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플랫 화이트는 보통의 라떼보다는 양이 적고, 에스프레소 역시 보다 농축된 타입을 사용한다.

관건은 역시 우유다. 우유가 바로 그 차이를 만든다. 플랫 화이트는 윗입술에 묻는 거품이 올라가지 않는다. 여기서 바로 카푸치노와의 구별이 확연히 갈라진다. 위에서 소개한 기사, 플랫 화이트에 관한 진실에서  25년 전 뉴질랜드에서 플랫 화이트를 개발했다는 Jeff Kennedy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 카푸치노를 많이 만드는 것도 힘들었고 손님들이 카푸치노마다 우유 거품의 양을 재는 것도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저희만의 새로운 음료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 음료가 바로 플랫화이트에요. Duralex 유리 잔에 담겨 거품 없는 크리미한 우유와 에스프레소 투 샷이 어우러지는 음료죠. 플랫 화이트는 만들기도 쉽고 인기도 많았어요.”

Rumble Coffee Roasters의 Joe Molloy는 이렇게 말한다.  “얇은 우유층, 강한 커피, 그리고 사람들을 겁주는 거품이 없습니다. 우리 아빠가 주문할 커피 종류입니다.” 다시 말해, 거품보다는 크림 같은 우유 층을 가진, 진한 커피를 말하는 것이다.

카푸치노나 라떼는 라떼 아트가 가능할 정도로 풍성하거나 혹은 충분한 거품이 올라가지만, 플랫 화이트는 두 음료에 비해 확연히 적은 양의 우유 거품과 정말 적은 우유층이 존재한다.

카푸치노와 라떼를 구별하고 싶다면 바리스타 뉴스가 이전에 소개한 카푸치노 VS. 라떼를 참고할 것.

 

어떻게 플랫 화이트를 즐길 것인가?

왜 사람들은 플랫 화이트에 열광할까? 나는 감히, 이것이 제3의 물결이 밀고 온 파도라고 생각한다. 커피 시장에서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열풍. 사람들은 이제 맥심이 아니라 에스프레소를 알게 되었고, 싱글 오리진이나 공정 무역 커피, 마이크로 랏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욱 다양한 커피 문화가 확산되고, 망원동, 송파구, 성수동 등지에 개성 있는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아닌, 흔히 호주식이라 불리우는 롱블랙과 플랫 화이트, 피콜로 라떼 등에 눈 뜨게 되었다.

그냥 라떼보다는 플랫 화이트를 마신다는 것, 안다는 것은 조금 더 폭넓은 커피 지식을 가졌다는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마시지 않는, 잘 알지 못하는 메뉴를 자신 있게 주문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어딘가 어깨가 뿌듯해지는 일이니까. 카푸치노는 너무 무거운 느낌이고 라떼는 너무 흔하지만, 플랫 화이트는 더 진하고 깊은 느낌이 될려나.

그렇지만 결국은 정확히 알고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호기심을 넘어 더 선호하는 형태의 음료를 적절하게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커피를 즐기는 자세이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해 카푸치노, 라떼 와 플랫 화이트 각각의 차이는 정말 작다. 여전히 많은 카페에서 플랫 화이트는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카푸치노와 라떼의 구별조차 초콜릿 파우더나 시나몬 파우더의 마무리 혹은 라떼 아트로 되는 경우까지 있다!

이제 이 글로 인해 조금 더 플랫 화이트에 대해 명확한 그림이 그려졌다면, 이제 카운터에서 보다 자신 있게 주문해보자. 정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비록 논쟁의 위험이 있을지라도, 바리스타에게 그가 제공하는 레시피를 물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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